취미가 업이 된 후 깨달은 것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by Stella

사실 베이킹을 시작한 지는 6-7년이 되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외국에서 컸는데, 그 나라에서는 주방에 오븐이 기본으로 딸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간단한 베이킹은 일상이었다. 나도 친구들을 따라 쿠키나 브라우니 같은 걸 구워 곧잘 나눠 먹었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그 시절 먹던 꾸덕하고 달큼한 과자들을 파는 곳이 잘 없어서 노스탤지어에 젖은 어느 날, 집에 있는 소형 멀티오븐에 들어갈 만한 쿠키팬을 하나 산 것이 나의 베이킹 역사의 시작이다.


그 후, 회사를 다니면서 르꼬르동블루와 나카무라 아카데미를 다니고, 유명 셰프들의 세미나를 찾아다니고, 아마추어 제과 대회에도 나가고, 심지어 매장을 하는 친구를 도와 백화점 팝업스토어도 열어 보았으니 취미인지 본업인지 모를 만큼 베이킹에 빠져 살았다고 봐야겠다.


그러니까 할 일을 찾아 방황하던 내가 공방을 창업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미가 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는 제법 크다.


1천만 자영업자의 시대에, 모두들 한 번쯤은 1인 업장의 팍팍함에 대한 글이나 영상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닌 업무, 높은 고정비, 들쭉날쭉한 매출 등은 물론 삶을 고단케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조금 더 개인적이고 정서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심신이 지칠 때, 맥주 한 잔에 직장에서의 일을 털어버릴 수 있는 거리감이 자영업자에게는 없다. 나를 지치게 한 일도, 상황도 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고, 그를 해소할 수 있는 사람도 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대량 주문을 쳐내다 실수로 제품을 망쳤을 때 원망할 사람도, 여름에 반죽 온도 맞추느라 에어컨 풀가동하는 바람에 날아온 전기세 폭탄을 해결해 줄 사람도 나다.


바스러져가는 의지를 그러모으다 보면 옆에서 나를 다잡아주는 존재가 절실할 때가 있는데, 이마저도 1인 업장주는 자급자족해야만 한다. 남편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공유해야만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닐 때의 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불편하고 업무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번거로움이 답답해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동료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방 운영은 생업보다는 숨겨진 자아를 일깨워주는 촉매제로써의 역할이 더 컸을 수도 있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맞는가 보다 - 심지어 나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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