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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Dec 13. 2020

멀어질 때 빛나는 그대에게

<브런치 라디오>

사계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겨울은 차갑고 냉정하지만 차분하고 깨끗하며, 한 해의 끝과 시작이 함께하기에 묵혀둔 마음의 방을 정리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난 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좋아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다른 길 혹은 갈림길에 놓일 때도 여행을 떠났다. 일상과의 분리를 통해 답을 찾을 때도 있었고 설혹 찾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오더라도 여행은 늘 가고자 하는 길의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적어도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기 전까지 말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지며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겨나고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제외한 외출을 삼간 채 자발적 고립생활을 택했다. 코로나블루, 언택트, 홈트, 집콕처럼 다양한 신조어의 탄생도 있었으며 여행을 그리워하는 이들 사이에선 ‘랜선여행’이란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나도 랜선여행족이 되었다.     


묶여버린 발과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내가 택한 것은 바로 브런치였다. 글 속으로 떠나는 랜선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러시아였다. 언젠가 한번쯤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그곳. 가깝고도 먼 그곳은 현재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고, 당분간은 내 의지로 그 ‘언젠가’를 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글과 사진으로 만나볼 러시아의 겨울과 시베리아횡단열차가 더욱 궁금해졌다. 


영하 36도 한 겨울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글과 사진으로 녹여낸 유림작가의 브런치북 <그 겨울 러시아>는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박 10일 여정을 담았다. 황량한 시베리아의 설원부터 혹독한 추위 속에 피어난 바이칼의 진주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그림 같은 사진들은 잠시나마 피로했던 눈을 맑게 해준다. 




"여행을 다니며 생긴 팁이라면 팁일까. 여행 중 만나는 고마운 사람, 특별한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것이다. 가격이 중요하진 않다. 그것에는 정도를 매길 수 없는 진심이 담겼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선물은 코리안 위스키, 소주다. 초보여행자일 때 마시려고 챙겨 다니던 것이 이제는 타지에서 타인에게 건네주는 감동선물이 되었다. 소주 여러 병을 담은 배낭은 여전히 무겁고 짊어진 등짝은 수고롭지만, 가슴은 따뜻해지고 마음은 든든해진다."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돌아와 지인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사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여행은 새로운 이를 만나는 낯선 설렘과 동시에 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기차에서 내게 처음 말을 건넨 이는 26살 대학 졸업을 앞둔 한국 청년이었다. 무작정 떠나왔다는 그 친구는 60일 동안 여행 중이었다. 세계일주가 꿈이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일단 취업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친구에게 말했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해보라고. 내가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 참 쉽게 말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말했다.

이십대에 느꼈던 불안이 삼십대, 사십대가 된다고 사라지진 않는다. 그 불안은 다른 형태로 여전히 나를 옥죄고 괴롭히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불안 속에 희망도 피어난다. 꿋꿋이 걸어야 한다.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많은 이와의 우연한 만남, 한 번뿐이라 생각하면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 더욱 솔직해질 수도 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나 미리 경험을 했던 것들을 진솔하게 나눠가는 과정 또한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그 겨울 러시아>는 생생한 글과 사진들을 통해 마치 작가와 동행한 느낌이 든다. 일상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다면 <그 겨울 러시아>를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겨울에 만나는 대자연과 3박4일 기차여행을 통해 얻어가는 깨달음, 황금빛으로 물든 블라디보스토크 여정까지 랜선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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