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굽이진 언덕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했던 곳에
살았던 적이 있다.
오르는 데에 숨은 차올랐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루에 가방부터 내던지고
동네 공터로 한달음 달려갔다.
이미 모여 있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숨바꼭질><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등
놀이를 하다보면 하루가 금세 저물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달은
유독 크고 환해서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꼭 마당으로 나와 소원을 빌었다.
몇 년 지나 그 동네를 떠나고는
주로 큰 골목 안 주택이나 빌라에 살았다.
점점 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더 이상 밝고 큰 달을
가까이선 볼 순 없었다.
내가 달에게서 멀어진 건지
달이 내게서 멀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소원을 비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릴 적에 창피하게만 느꼈던
내가 살던 ‘달동네’는
어른이 된 지금에야
‘달이 가까이 비치는 특별한 곳’
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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