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달동네> 사진작가유림

by 유림


어릴 적 굽이진 언덕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했던 곳에

살았던 적이 있다.


오르는 데에 숨은 차올랐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루에 가방부터 내던지고

동네 공터로 한달음 달려갔다.


이미 모여 있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숨바꼭질><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등

놀이를 하다보면 하루가 금세 저물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달은

유독 크고 환해서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꼭 마당으로 나와 소원을 빌었다.


_MG_5489 사본.jpg


몇 년 지나 그 동네를 떠나고는

주로 큰 골목 안 주택이나 빌라에 살았다.

점점 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더 이상 밝고 큰 달을

가까이선 볼 순 없었다.


내가 달에게서 멀어진 건지

달이 내게서 멀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소원을 비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릴 적에 창피하게만 느꼈던

내가 살던 ‘달동네’는

어른이 된 지금에야

‘달이 가까이 비치는 특별한 곳’

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작가 유림

http://www.instagram.com/yurim.artist

http://blog.naver.com/yurimchoi80

http://www.facebook.com/artistyurim






#포토에세이 #사진에세이 #감성에세이 #공감에세이

#아티스트유림 #사진작가유림 #작가유림 #유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