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M. 피어시그
정렬되지 않은 마음과 기계는 결국 같은 언어로 고장난다.
어릴 적부터 나는 늘 무엇인가를 고치려 들었다.
깨진 컵, 틀어진 관계, 어긋난 마음까지.
그런 나에게, 로버트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수리법』은 마치 오래된 렌치 상자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낡고 무거워 보이지만, 그 안엔 고요한 명상이 깃들어 있었다.
피어시그는 이 말 한마디로 기계와 존재, 물질과 의식 사이의 간극을 무너뜨린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모터사이클 여행이 아니었다.
‘정렬되지 않은 기계’는 ‘정렬되지 않은 자아’를 반영했고, 그가 쓰는 렌치는 삶을 회복시키는 정직한 도구였다.
그걸 읽고 나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수리하고 있지?
몸일까. 감정일까. 관계일까.
아니, 어쩌면 ‘나라는 존재 전체’를 조용히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품질이었다.
피어시그는 말한다. 품질은 ‘주관’과 ‘객관’을 나누기 이전의 어떤 것이라고.
그건 완벽히 조율된 기계 소리 안에 있고, 잘 갈린 커피의 향 안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연민을 갖는 태도 안에 있다.
내면아이를 보듬고,
지금의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순간—
그건 가장 고요하고 섬세한 품질의 회복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이 고장난 것처럼 느껴질 때,
기계를 고치듯 다가서지 못한다.
두려움, 분노, 무기력, 불안 같은 것들은 볼트가 풀린 배선처럼 느껴지지만
도리어 손대는 게 더 망가질까봐 회피한다.
그러나 피어시그는 말한다.
“제대로 된 정비란, 일단 뚜껑을 여는 일이다.”
나는 요즘 운동을 통해 몸을 정렬하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정렬하고,
조용한 시간을 통해 무의식을 정렬한다.
가혹한 자아 비판을 벗어던지고,
조심스럽고도 다정하게 나를 고쳐나가는 것.
그것은 기계를 고치는 것만큼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구한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를 듣는 일.
마치 모터사이클의 엔진 소리를 귀 기울여 듣듯이—
“이건 벨트 문제일까? 아니면 점화 플러그?”
그렇게 매일 나는 나라는 기계를
어느 방향으로든 ‘조율’해보는 연습을 한다.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연습은 결국
고장 나지 않은 척 하지 않는 연습이다.
내 안의 엔진이 잠시 꺼져도,
급하게 수리하려 들지 않고,
그저 조용히 구조를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다시,
가장 품질 좋은 연료로 나를 채워 넣는 일.
고통은 회피가 아니라,
해체와 수리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가 잘 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라는 과정에서 그런 것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하면 되는 것 아닐까?
피어시그의 철학은
선종과 기술, 정신과 물질의 경계를 넘어
한 가지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손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믿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를 고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