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전 글 "덫에 걸리다"의 변주이다.
나는 그날 밤, 내 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빌 에반스의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얀 스피커의 검은 패브릭 사이로 소리가 울렸는데, 그것은 재즈가 아니라 무언가의 낮은 숨소리처럼 들렸다. 벽을 타고 돌아다니며, 오래된 집의 균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책상 위의 사물들은 늘 있던 것들이었다. 금빛 장식이 둘러진 납작한 도자기, 작은 이태리 화분, 그 위의 검은 현무암. 매일같이 보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날, 나는 이상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내가 시선을 돌릴 때마다, 현무암의 각도가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마치 돌이 아니라, 나를 감시하는 눈빛처럼.
나는 샌달우드 에센스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방 안은 바닐라 초의 달콤한 향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그 향기 밑바닥에는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끼어 있었다. 목구멍이 따끔거렸고, 이가 시큰거렸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백제 금동대향로는 책상 한 구석에 있었다. 불빛 속에서 신선들의 양각이 일그러졌다. 그 사이로 피어오른 흰 연기는 천장으로 오르지 않았다. 대신 바닥을 타고 내 발치로 흘러왔다. 연기 속에서 형체들이 꿈틀거렸다. 하나의 그림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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