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붉은 대리석 욕조

일중독자를 찬양하는 유머러스한 청첩장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꿈을 꾸었다.


여행지.

드넓은 공간을 노출콘크리트의 벽 구조물들로 구분하여 형체를 만들고 있는 리조트이다.

나는 그런 공간을 애정한다.

내가 여행을 가는 것은

고가 높고, 넓은 공간을 사유화하는 즐거움이 매우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의 그 안에서 머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꿈은 그런 곳에서 시작한다. 예감이 좋다.


옷을 갈아입는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나무의 그림자가

옅은 회색의 바닥에 아름답게 드리운다.

더운 여름, 에어컨의 서늘한 공기가

실내를 차분하면서고 고상하게 다듬고 있다.


미리 약속을 했던 음식점에 도착했다.

언니와 형부가 먼저 와 있다.

그곳은 적갈색의 대리석이 메인 테마이다.

마치 대리석의 색상에 다른 모든 것들의 톤을 맞춘 것 같은 곳


나는 화장실을 갔다.

나는 꿈에 자주 화장실이 등장한다. 혹은 건물이 등장한다.

내가 꿈속에서 사는 집이 있다. 늘 등장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사는 집을 헤메 다닌다. 수많은 방과 공간과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거대한 원목의 버려진 별장과도 같은 그곳에서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화장실은 사람들로 부산스럽다.

신발도 없는 그곳은 수영장처럼 바닥에 흥건하게 물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입구를 지나

더 사적인 안쪽 공간으로 진입한다.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문을 몇 번 열고 들어간 그곳에는

높은 천장의 끝까지 창이 있고, 블라인드가 중간쯤을 가리고 밖의 나무 그림자가 들어온다.

햇살은 따뜻하다.

넓은 곳에 적갈색 대리석 욕조가 바닥 아래로 설치되어 있다.

유선형의 욕조는 금세 한나절이라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해 보인다.

모든 것들은 정갈하고 보송보송하다.


욕조의 머리맡에 명함 뭉치가 있다.

언니의 결혼식 청첩장이다.

언니와 형부가 함께 있는데 결혼식이라니. 그러나 꿈 속이니 당연히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청첩장을 명함으로 만들다니, 언니답다고 생각한다.

매우 세필 글자체로 한 문장이 쓰여 있다.

이런,

꿈속에서는 그 문장의 글자 하나하나를 다 읽었는데 정확한 문장이 기억이 안 난다.

일중독자를 찬양하는 유머러스하고도 반어법적인 문장이었다.


나는 한때 일과 성취로 나를 증명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런 건 웃으면서 내려놓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저녁 무렵의 복잡한 음식점은

새벽의 평화로운 햇살이 비치는 욕조로 바뀌었다.

나는 명함을 들여다보며, 쾌변을 하고, 갑자기 더 행복해졌다.


오늘 저녁 무렵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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