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는 새로운 기준
*사진: Unsplash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걸 당하고 나니,
나는 한동안 사람 자체가 두렵게 느껴졌다.
상대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보다
내가 그 행동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아팠다.
믿었던 만큼 무너졌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사람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
1.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질 때,
가장 흔들리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신뢰다.
사람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선택한 나 자신이 흔들린 것이다.
왜 그때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경고 신호를 무시했을까
왜 그렇게 믿었을까
나는 상대보다 나 자신을 더 원망했다.
자존감은 사람에게 배신당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무너진다.
2.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사기를 당한 이유는
내가 어리석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나는 사람을 나에게 어떻게 굴었는지로 판단했던 것뿐이다.
처음에는 친절했고
말을 따뜻했고
관심은 과도했고
도움이 되는 말도 했다.
겉으로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건 그가 자기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정보는 아니었다.
3.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불안과 공허를 타인에게 쏟아내며
타인의 경계를 감각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친절하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지면
그 내부의 불안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경계를 무시하고,
감정을 투사하고,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통제력을 잃으면 공격으로 전환된다.
문제는 그런 사람은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4.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방식을 먼저 봐야 한다.
나는 이제 이렇게 물어본다.
이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가?
자기감정을 어떻게 다루는가
실수를 인정하는가
책임을 회피하는가
그 자신의 리듬과 경계를 존중하는가
충동을 통제할 줄 아는가
자기 내부를 성찰할 능력이 있는가
불안과 결핍을 다루는 방식은 어떤가
행동이 안정적인가
이 모든 것이
관계에서의 태도를 결정한다.
자기 자신에게 미성숙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타인에게도 미성숙해진다.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도 똑같이 무너뜨린다.
성장의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미성숙의 상태로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5. 신뢰의 기준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이제 나는 사람을 믿을 때
이 기준을 가장 먼저 본다.
그가 자기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그 기준은
겉보기 친절보다 더 정확하고
말보다 더 진실하며
첫인상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6. 상처는 끝이 아니라 시야가 맑아지는 과정이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자존감이 부서져서 살았다.
그것이 사기의 가장 큰 피해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더 명확한 기준을 가지게 되었고,
상처는 나를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어떤 리듬인지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진짜 회복이자
진짜 성숙이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성숙하고 또 강하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