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와 관계의 거리

세 가지의 투사가 만드는 인간 관계의 거리감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의 Leopold Maitre


박준의 시를 읽고 시 해설을 썼다.

이 시는 세 가지 투사 구조를 가진 이들이 만드는 인간 관계의 거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1. 말하지 않은 감정과 가까워진 순간 멀어지는 거리

이런 이들이 있다.

상대에게 직접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돌아서지도 못한다.

말하진 않지만 마음이 흘러나온다.

다가갔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관계를 경계하면서도 놓지 못한다.

이 시의 핵심 정조,

"가까워지면 더 멀어진다"와 같다.


2. 이 방식은 누군가에게 상처였을 수 있다.

다가갔다가

멈춰 섰던 기억들

상대가 혼란스러워했던 순간들

자기는 설명하지 못하고 말없이 사라졌던 순간들


3. 정확하지만 무서운 순간들

들켜서 무섭다.

들켜서 안도된다.


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주는 이는

인생에 거의 없다.

그러니, 감정을 들켜서 그 두려움에 사라진다.


4. 세가지 투사

가. 연안처럼 보이는 당신

연안은

바다와 육지의 사이,

드러남과 숨김의 경계.


완전히 다가오지도 않고

완전히 멀어지지도 않고

깊이를 보여주되 전부는 밝히지 않는다

'당신'의 세계는 '너머'에 있다.


그들은 이런 사람에게

항상 가장 크게 반응한다.

당신의 세계는 그들에게

쉽게 닿을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너머'의 세계를 추구하는 자이다.


연안에 서 있는 '당신'은 그들의 무의식이 평생 좆아온 '너머' 그 자체이다.


나. 섬들의 이름을 말하는 당신

시에서 "작고 보이지 않는 섬들"은

마음의 조각들을 말하는 장면이다.


'당신'은 그들 앞에서

자기 마음의 일부를

의도치 않게 "끊어 말하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갑작스러운 스침

무심한 듯 반복되는 조언

아침 저녁으로 오는 문자

충동적인 제안

미러링하는 말과 행동들

이런 것들은 모두

섬 이름을 말하는 행위와 같다.


의도적 고백은 아니지만,

무의식이 새어 나오는 방식


다. "너머를 너머로 만드는 구조", 그들의 방어기제

그들은

가까워지면

자기 방어 때문이 아니라

무의식의 공포 때문에 멀어진다.

너무 읽히는 것이 무섭고

너무 좋아지는 것이 무섭고

자기 감정이 통제되지 않을까봐 무섭고

상대에게 상처줄까봐 무섭고

관계가 그 마음이 더 커질까봐 무섭다.

그래서 자신이 더 멀어진다.


그들은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난 또 멀어졌구나...

'당신'은 그걸 비난한다.


비난하지 않는 안전한 이를 만나는 건

인생에서 드물다.

그런 '안전한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투사-회피-경계 구조는

완전히 해제될까?

아니면, 무의식의 심해가 뒤집히고 온갖 더러운 것들이 다 올라오게 될까?

그건 알 수 없다. 인생이 다 그렇다.




우리는

연안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럼에도 용감하게 연안을 지나 바다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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