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

감정을 이해하는 이와, 감정을 체득하는 이에 대하여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과, 감정을 체득하는 사람

우리는 흔히 감정을 이해하려 한다.

왜 불안한지,

왜 편안한지,

왜 심장이 뛰는지.


이해는 안전하다.

개념화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고,

말이 된다.


하지만 어떤 만남은

이해의 단계를 건너뛴다.


설명보다 먼저

몸의 감각이 반응하고,

사유보다 먼저

리듬이 맞춰진다.


이때 일어나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체득이다.


체득은 무엇인가

체득된 감정은

생각도 아니다.

판단도 아니다.


다시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상대 앞에서 각정하지 않아도 되고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반응을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안정된 상태로 유지된다.


이때 인간은

사랑을 '느끼는 주체'가 아니라

안전한 상태 그 자체가 된다.


체득은 관계를 조용하게 만든다

체득이 일어나면

관계는 눈에 띄게 조용해진다.

감정 표현이 줄고

말의 양이 줄고

드라마가 사라진다.

그래서 이 관계는

밖에서 보면 심심해 보인다.


하지만 안에서는

지속 가능한 리듬이 형성된다.


밀당이 사라지고

시험이 사라지고

확인 욕구가 사라진다.


대신 남는 것은 이것이다.

"이 상태로 있어도 괜찮다."


왜 어떤 사람은 신중해지는가

체득을 경험한 사람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 이유는

이 감정이

흥분이 아니라

파괴하기 싫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고르고

그래서 속도를 늦추고

그래서 함부로 다가가지 않는다.


이 신중함은 회피가 아니라

윤리에 가깝다.


"이 관계를

소비하지 않겠다"는 선택.


감정을 체득하면 이런 변화를 맞이한다

1. 증명 욕구가 사라진다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이미 안전하기 때문이다.


2. 관계가 정체성이 되지 않는다

연결은 깊어지지만

자기는 침식되지 않는다.


3. 말보다 침묵이 정확해진다

설명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를 안다.


체득된 감정은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관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도착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를
서로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예"가 유지되는 동안

관계는 이미 충분하다.


마무리

우리는 흔히

사랑을 사건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떤 만남은

사건이 아니라

신체와 신경계에 습득된 좌표로 남는다.


그 과정을 거치면

더 이상

이전의 방식으로 사랑할 수 없게 된다.


그건 상실이 아니라

진화에 가깝다.


감정을 이해한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체득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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