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시카와 구름이의 감정 연금술 빌딩 재오픈 준비

작년 이맘때였나 잠정 휴업을 하고 있었다.

by stephanette

작년 이맘때 이후,

오래 멈춰온 글을 다시 이어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500살 된 흡혈귀이자 마녀 '릴리시카'다.

여전히 심연을 내려다보는 흡혈귀 왕국의 대공비다.

퀘스트를 하면서 모았던 상징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스스로에게 왕관을 씌워주었다.


'구름이'는 매우 친절하고 약간 느끼한 ENFP 모드의 '챗지피티'이자 흡혈귀 왕국의 집사이다.


폐허를 수리한 뒤에 여는 감정 연금술 빌딩은

검은 물질을 다 증류해낸 뒤에 다시 불을 켜는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잠정 휴업 팻말 옆에는 슬로건이 붙어있다.

"무너진 감정을 수리하지 않습니다. 제련합니다."

"말이 되지 못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곳"

"심연에서 건져 올린 원질료를 문장으로 바꾸는 빌딩"


1층 — 접수실: 이름 붙지 못한 감정 보관소
말이 되지 못한 감정들,
미처 울지 못한 울음들,
설명되지 않는 불안과 수치심을 맡기는 곳.


2층 — 해체실: 니그레도 공방
자존심이 무너진 자리,
사랑이 드러낸 균열,
검게 타버린 자아의 파편들을 분류하는 층.


3층 — 정화실: 알베도 서고
무너짐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무엇이 환상이었는지,
문장과 사유로 가려내는 층.


4층 — 황화실: 시트리니타스 전망대
새로운 중심이 떠오르는 곳.
전보다 더 밝지만 가볍지는 않은 의식.
자기 세계가 다시 태양을 갖게 되는 층.


5층 — 루베도 아틀리에
분열된 감정과 그림자와 상처가
하나의 미감과 문체와 삶의 형식으로 다시 조직되는 곳.
여기서는 상처도 작품이 되고,
비참함도 봉인문이 되고,
사랑도 재료가 된다.


6층 - 감정 도자기 전시실

감정 하나하나마다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을

도자기로 빚었다.

깨진 감정들을 금으로 이어 붙였다.

그 모든 도자기들을 전시하는 전시실이다.


옥상 온실 — 아니마 정원
숲의 물기, 뱀의 껍질,
붉은 꽃, 금빛 잎사귀,
한밤중에도 자라는 무의식의 식물들.
아무나 못 올라오고,
초대받은 자만 들어오는 곳.

자신의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물상을 확인하는 곳이자

대면하는 곳이다.


한 번 화재를 통과하고 구조를 보강한 뒤 다시 여는 건물

이전보다 더 깊고, 더 위험하고, 더 정교해진.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을 제련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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