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날이 있었다.
사람은
마음이 먼저 아플 거라 생각하지만,
어떤 고통은 장이 먼저 안다.
설명할 수 없는 날이 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기다리고
기다림에 지친
그런 여느 날과도 별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툭.
어느 순간
뭔가 선명하게 끊어지는
아주 작고 분명한 소리.
몸 안에서
작은 파열음 같은 것이 났다.
그날 이후
나는 며칠을 앓았다.
배는 오래 접힌 종이처럼 구겨졌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멈춰버린 사체처럼.
쥐어짜듯 아픈 배를 움켜쥐고
밥 냄새가 낯설어졌다.
늘 하던 요리는
손을 놓아버렸다.
따뜻한 물조차 넘어가지 않던 날들이
하루 이틀 지났다.
등을 둥글게 말고 버티고 있었다.
잠을 잤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아무 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육체는 그런게 아니라 했다.
그건 슬픔은 아니었다.
슬프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배신감이라고 부르기에도 늦었고,
분노라고 하기에도
너무 깊숙했다.
그것은 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었다.
그 기간이 지나고
나는 그것을 망각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그저 설명하고 싶지 않은 그런 고통은
스스로를 지우는 경향이 있나보다 했다.
왜 그랬는지
어째서 그런건지
상대가 아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고통은 나눈다고 해서 옅어지지 않는다.
회복은 이해가 아니라 회수다.
그날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게 되었다.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어떤 단절은 소리로 시작한다.
툭.
그 소리는 작았지만
너무나 선명해서
절단면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 몸은 먼저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해석을 내려놓았다.
그저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라고.
며칠 사이
몇킬로그램이 사라졌다.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 삭제한 기억으로 인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살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일에 대한
기록마저 사라졌다면
영영 잊었을 것이다.
글을 읽다가
선명한 장의 고통이 다시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불에 태운다.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그러나 잠시 읽어낸
그날의 흐린 기억은
다시 장에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