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의 갈등을 줄이는 법 - 관계의 시간을 존중하는 침묵에 대하여
때로는 보는 능력보다,
본 것을 바로 말하지 않는 인내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업무를 추진하면서
그 사업의 중요성보다
그걸 진행하는 사람에 대한 주변인들의 감정이 더 본질일 때가 있다.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적을 만들지 않고 평판을 유지하는 것에 무척 애를 써왔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대내외 사업을 많이 진행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종의 특성상,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사람들의 평판과 뒷담화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하지 못하면 일을 하기 어려워진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들어도 못들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직장에서 종종 사람들이
갈등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때가 있다.
젊을 때에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끼게 된다.
가끔은 나의 의견에 대해 '통찰'이라는 표현을 듣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나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관계 속에 드러난 사람들의 행동과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그 사람이나 관계자들에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
'네가 왜 그러는지 보여.'
'그 사람이 피하는 게 뭔지 알아.'
'네가 모순된 것도 이런 거야.'
이렇게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다 말해버리면, 상대는 해부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어둠과 그림자를 감당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정확한 말일수록 더 못 견딘다.
맞는 말이라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맞는 말이라서 더 방어한다.
그래서 관계에서는 늘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통찰
다른 하나는 절제
언제 말할지,
어디까지 말할지,
지금 이 사람이 들을 수 있는지,
아니면 아직 아닌지.
그걸 보는 감각이 필요하다.
어떤 진실은
말하지 않아서 거짓이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일찍 말하면 폭력이 되기도 한다.
아는 것을 다 말하는 것이 성숙함이 아니라
알아도 기다릴 수 있는 것이 더 높은 단계이다.
굳이 단계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낮은 단계: 모른다.
중간 단계: 알고 바로 말한다.
더 성숙한 단계: 알아도, 상대의 수용 가능성과 관계의 그릇, 그 말의 파장을 본 뒤 말한다.
가장 깊은 단계: 알고 있어도 굳이 증명하려 들지 않는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무엇을 보았을 때 침묵할 줄 아느냐가 더 중요한 수련일 수 있다.
그 침묵은 참는 것도
상대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라
관계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