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형과 동반자형 구분하기 체크리스트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이유야 여러가지이지만, 이런 생각이 변하게 된 계기가 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것들
연락의 밀도와 불확실성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
애매한 관계 유지가 피로하다.
감정은 깊은데 구조는 불안정하면 신경계가 소모된다.
'어디로 가는 관계인지'가 안 보이면 마음이 닳는다.
나는 관계를 이벤트보다 구조로 보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고 나서, 내가 힘들었던 이유가
사랑의 부족이 아니라 관계 구조의 부적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쓰는 글을 분석하면,
존재를 함께 견디는가
정합성이 있는가
말과 마음이 일치하는가
위기 때 서로를 해치지 않는가
삶의 방향이 함께 갈 수 있는가
이것은 연애보다는 동반자 적합성 평가표의 항목으로 더 적절해 보인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에도
그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보다
내 삶과 신경계와 존엄을 함께 지킬 수 있는가를 보는 쪽이다.
연애 재질의 특징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어느 정도 즐기고
애매함 속 긴장도 견디고
지금 좋으면 일단 들어가 보고
나중에 깨져도 경험값으로 치는 편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이런 식으로 들어가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좋아하면 가볍게 못하고,
애매하면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깊게 가면 아예 존재 차원에서 겪어버린다.
그러니, 연애는 달달하고 행복하기만 한 놀이가 아니라
거의 운명 구조 개입 사건이자
자기 성찰과 성장의 과정이다.
상당히 피곤하면서도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다.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복합적이고도 애매한 사람을 만나서
더 분명해졌다.
나는 이런 식의 관계를 견디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아예 삶을 같이하는 방향의 관계가 맞구나.
그래서, 그 만남을 통해 나의 관계 체질이 드러났다.
가볍게 즐길 수 없는 사람이라서라기 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순간 그를 삶의 구조 안에 넣어버리는 사람이라서
연애보다는 명확한 동반자 관계에 더 적합하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관계이다.
불확실성으로 긴장시키지 않는 사람
감정과 구조가 같이 있는 사람
삶의 방향성을 숨기지 않는 사람
애매한 유보 대신 명확한 선택을 하는 사람
내 깊이를 감당할 수 있고, 동시에 내 신경계를 소모시키지 않는 사람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것은
결혼 제도라는 관계의 형식이라기보다
동반자라는 관계의 내용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