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사이미아와 정서 인식 수준 이론
자신의 감정을 알고
타인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 대하여
특히,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해상도가 낮거나
표현하는 과정에서 흐려지는 이유
1> 감정을 알아차리는 문제
2> 감정을 견디는 문제
3>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문제
4> 그 과정에서 가면·방어·애착이 끼어드는 문제
이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어서 살펴보려고 한다.
1> 감정을 알아차리는 문제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글이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문제는 알렉시사이미아와 정서 인식 수준 이론에서 살펴볼 수 있다.
1. 알렉시사이미아(alexithymia, 감정표현불능 성향)
자기감정을 식별하고 말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성향이다.
연구들에서는 보통 감정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내면보다 바깥 사실이나 사건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과 연결해서 설명한다.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식별하고 말로 붙잡는 능력이 약한 상태에 가깝다.
알렉시사이미아는 보통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된다.
가. 자기감정을 식별하기 어려움
나. 그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움
다. 내면보다 외부 사건과 사실 쪽으로 사고가 기울어짐
이 사람들은 “내가 왜 이러지?”를 감정 언어로 풀기보다,
“상황이 이상했다”,
“그 사람이 그랬다”,
“몸이 좀 불편했다”처럼 바깥 설명으로 더 많이 말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안에서 뭔가 분명 일어나고는 있다. 그런데 그걸
“서운함”
“수치심”
“상실감”
“애정”
이런 식으로 붙들지 못하고, 그냥
“기분이 별로다”
“뭔가 답답하다”
“좀 이상하다”
정도로만 느껴질 수 있다.
즉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해상도가 낮은 것에 가깝다.
“자기감정을 알지만 선명하게 붙잡지 못하는 사람”은 여기에 일부 걸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모든 우회 표현이나 회피가 곧 알렉시사이미아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말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2. 정서 인식 수준 이론(Levels of Emotional Awareness)
이 이론은 감정을 안다/모른다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고, 감정을 아는 수준에도 층위가 있다고 본다.
아주 초기 수준에서는 그냥 몸감각으로만 느껴진다.
예를 들면 “답답하다, 울렁거린다” 정도이다.
그다음엔 행동 충동으로 느끼고,
더 올라가야 “나는 지금 서운하면서도 화가 난다”처럼 복합 감정을 언어로 구분할 수 있다.
즉, 감정을 아는 건 단순히 예민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얼마나 세밀하게 분화해 의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이론에서는 정서 인식이 대략 이렇게 발달한다고 본다.
가. 처음엔 몸감각으로 알아차린다.
“가슴이 답답하다”, “배가 울렁거린다”, “열이 오른다” 같은 식이지.
나. 그다음엔 행동 충동 수준이 된다.
“도망가고 싶다”, “따지고 싶다”, “숨고 싶다” 같은 것.
다. 그다음에야 단일 감정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
“화가 난다”, “슬프다”, “무섭다”.
라. 더 올라가면 복합 감정을 동시에 붙잡는다.
“나는 지금 서운하면서도 분노가 있고, 그 밑에 수치심도 있다” 같은 식이다.
이 이론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사람이 감정을 못 다루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아직 더 낮은 층위에서만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남자는 “나는 감정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미 몸으로는 알고 있다.
다만 그걸 “배가 차가워짐”이나 “짜증” 이상으로 세분화하지 못하는 거지.
그러면 그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언어화된 감정 수준까지는 못 올라간 상태일 수 있어.
그래서 이 이론은 아주 실용적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내 감정을 모르겠다”라고 할 때 바로 감정 이름부터 찾게 하기보다,
“몸은 어때?”
“지금 뭘 하고 싶어?”
“그 밑에 감정 이름이 붙는다면?”
이 순서로 가면 더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