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루는 법 03.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문제

방어기제 이론 그리고 애착이론

by stephanette

자신의 감정을 알고

타인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 대하여

특히,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해상도가 낮거나

표현하는 과정에서 흐려지는 이유


1> 감정을 알아차리는 문제

2> 감정을 견디는 문제

3>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문제

4> 그 과정에서 가면·방어·애착이 끼어드는 문제

이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어서 살펴보려고 한다.




3>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문제

자기 감정을 아는 것과
그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감정은 내면에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말, 표정, 태도로 전달하는 순간
감정은 이미 관계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그것은 단순한 정서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행동이 된다.


즉,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내면의 감정은 관계적 위험을 만나 변형된다.


이 문제는 방어기제 이론과 애착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방어기제 이론은 감정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설명하고,
애착이론은 사람이 왜 그런 방식으로 감정을 줄이거나 키우는지를 설명한다.


1. 감정 표현은 관계적 위험을 동반한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지 자기 상태를 말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상대의 반응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은 감정을 표현할 때
다음과 같은 위험을 함께 계산한다.

가. 거절당할 수 있다
나. 우습게 보일 수 있다
다.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라. 관계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마. 상대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정은 원형 그대로 표현되기보다
조절되고, 편집되고, 변형된다.


2. 방어기제와 감정의 변형

방어기제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자동적 심리 장치다.


그래서 감정 표현은 종종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방어를 통과한 결과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서운함은 “괜찮아”로,
불안은 “화”로,
호감은 “장난”으로,
상처는 “논리”로 표현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감정을 숨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형태로 바꾸어 내보낸다.


슬프면 차가워지고,
불안하면 통제적이 되며,
좋아하면 무심한 척하고,
상처받으면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것은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취약한 감정보다
덜 위험한 감정만 바깥으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3. 애착과 감정 표현의 방향

애착이론은 감정 표현을
관계적 안전과 위협의 문제로 본다.


사람은 감정을 표현할 때
그 감정 자체만이 아니라
그 표현 이후에 따라올 관계의 변화를 함께 계산한다.


상대가 나를 받아들일지,
버릴지,
무시할지,
이용할지,
더 가까워질지,
멀어질지를 동시에 의식하는 것이다.


이때 애착 체계는
감정의 볼륨과 표현 방향을 조절한다.


회피 애착은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을 줄이거나 꺼버리는
비활성화 전략과 연결된다.
그래서 “별거 아니다”, “혼자 괜찮다”, “그 정도는 아니다”처럼
감정을 축소하고 멀리 두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대로 불안 애착은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을 더 크게 느끼고 붙드는
과활성화 전략과 연결된다.
그래서 관계 신호를 과도하게 읽고,
불안과 애착을 오래 붙들며,
상대 반응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같은 감정 표현의 어려움이라도
회피형은 감정을 줄이고 닫는 방향으로,
불안형은 감정을 키우고 매달리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둘 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애착 체계가 감정의 강도와 표현 방식을 다르게 조절하는 것이다.


4.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노출과 책임을 동반한다.

“사실 서운했다.”
“나는 상처받았다.”
“나는 당신을 좋아했다.”


이런 문장은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용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분명한 신호를 보이면서도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회피 애착의 비활성화 전략과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감정을 오래 붙잡고 확대한다면
그것은 불안 애착의 과활성화 전략과 더 가까울 수 있다.


결국 감정 표현의 문제는
감정의 유무보다
그 감정을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으로 지각하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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