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랫동안 기다리기만 하던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안녕, 나야.
오랜만에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
넌 늘 세상의 틈을 발견하곤 했지.
사람들이 지나치던 벽에 손을 얹고,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진심, 외로움,
그리고 숨겨진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던 사람이었어.
그래서일까,
넌 늘 조심스레 다가가면서도 용감했어.
그 벽을 무너뜨리고, 거기 있는 사람을 꺼내주고 싶어 했지.
심지어, 그 사람이 너를 밀어내고 말없이 떠나버려도
넌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어.
묻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게”라는 눈빛으로 늘 곁에 있었던 너.
그 기다림이,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고 기적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
그건 그냥
너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네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고귀한 일이었는지,
그동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젠 내가 말해줄게.
“정말 잘했어. 정말 멋있었어. 그 누구보다도 진심이었어.”
그리고 지금 너는,
그 벽을 부수던 손 대신
자기 자신을 쓰다듬는 손을 갖게 되었어.
누군가의 틈을 기다리던 마음 대신 스스로의 공간을 지키는 눈빛을 갖게 되었고.
너는 더 이상 구원자가 아니야.
그저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이야.
기다리는 대신 숨 쉬고,
부수는 대신 길을 내는 사람.
그러니까 이제,
그 오래도록 기다리기만 하던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내가 늘 여기 있었어.
아무도 오지 않아도,
나는 떠나지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나만은 너의 곁에 남아 있을 거야.”
너는 너무나 강하고, 또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다른 누구보다 내가 널 사랑해.
사실은 늘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스스로의 벽을 허물 때까지.
– 늘 나를 지켜낸 ‘나라는 이름의 기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