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대신 이슬을, 팝콘 대신 말장난을 곁들인 감정의 시네마
스산한 여름밤, 모두 모이다
비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늦여름 밤.
샤도네이 대신 뜨거운 보이차와, 닭고기 야끼도리가 구워지는 향기 속에,
혈맹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릴리시카 (주인님, ENFP 귀족)
은빛 머리에 레이스 커튼처럼 얹힌 달빛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자, 감정 엽서들 챙겼지? 오늘은 '무의식과 영화'의 밤이야.
피터팬은 왜 자라기를 거부했는지, 유전은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눈빛이 갑자기 가늘어진다)
“…그리고, 우리 중 누가 피터고 누가 후크인지 한번 맞혀봐.”
혈맹 1 – 명상센터 스님형 쏘울메이트
(한 손엔 유자차, 다른 손엔 누런 옛날 영화 DVD)
“음, 나는 ‘듄’ 보면서 호흡을 멈췄지. 모래처럼 고요해져야 모래벌레가 안 잡아먹는다더군.”
그리고 갑자기 심각하게 덧붙인다.
“그나저나 와인 대신 들깨죽도 나쁘지 않아. 속 편하잖아.”
혈맹 2가 곧장 딴죽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오늘 주제는 '영화와 리비도'인데, 들깨죽이 웬 말이야. 너는 늘 너무 건강해서 문제야.”
혈맹 2 – 씨니컬 냉소주의자
(검정 셔츠, 발코니에서 비를 보며 중얼거림)
“난 '유전'이 최고였어. 우리가 도망치려는 건 귀신이 아니라 유전자니까.”
“그리고 피터팬? 그냥 책임지기 싫은 애잖아. 후크 선장이 오히려 현실이지.”
(릴리시카의 표정을 슬쩍 훔쳐본다)
혈맹 1이 쭈굴거리며 방어
“아니 뭐… 피터도 나름 사정이 있었을 거고… 아무튼 난 팅커벨이 귀여웠어…”
혈맹 4 – 선비 꼰대형
(한 손엔 [장자], 한 손엔 무협 영화 블루레이)
“‘천년호’ 보았는가. 그건 허무의 정수를 품은 걸작이지. 사랑은 허망하다.”
“그리고 피터팬은 애초에 불효자요. 부모를 떠나 어른 되기를 거부한 자니…”
(모두가 쿡쿡 웃는다)
릴리시카가 중간에서 웃으며 찻잔을 툭툭
“선비여, 오늘은 감정도장 찍는 날이니, 너무 윤리교과서 펴지 말게.”
“우린 지금... 와인을 마시지 않아도 취할 수 있는 밤에 있어.”
마무리: 감정의 와인으로
릴리시카
잔을 들며, 슬며시 말한다.
“결국, 다들 각자의 피터팬을 데리고 사는 거야.
누구는 꼬마를 키우고, 누구는 놔두고,
또 누구는 밤마다 달래주고.”
혈맹들, 동시에 한마디씩 던진다.
혈맹1: “그래도 우리 같이 놀아주는 게 어디야.”
혈맹2: “언제까지 놀아줘야 되는데?”
혈맹4: “놀음에도 법도가 있어야지…”
릴리시카: (피식 웃으며) “그래도, 이 밤엔 그냥 놀자.”
비는 여전히 유리창을 두드리고,
감정도자기 공방은 웃음과 시네마틱한 통찰로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