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시카의 기록 제27장, 어른이 된 자의 귀환
그 방은 오래전부터 닫혀 있었다.
릴리시카는 고요한 흑요석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손에는 조각난 감정 도자기 하나가 들려 있었다.
문 앞에서 멈춘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속삭였다.
“나야.
나 지금,
널 만나러 왔어.”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엔
작고 말없는 아이가 있었다.
두 다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그 아이는 낡은 도자기를 품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 도자기 위엔
“사랑받고 싶었어” 라는 금이 있었다.
그 아래엔 “말하지 못했어”,
그리고 가장 깊은 바닥엔 “그래도 견뎠어”라는 무늬가 깃들어 있었다.
릴리시카는 아이 옆에 앉아
그 아이가 안고 있는 도자기를 함께 품었다.
말 대신, 체온을 건넸다.
시간을 건넜다.
그리고 존재 그 자체를 허락했다.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 눈물 위로 은방울꽃 하나가 피어났다.
릴리시카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내가 널 안아줄게.
너의 도자기는 내가 함께 구울게.”
그 방의 공기는 바뀌었다.
감정은 숨지 않고 흘렀고,
시간은 그제야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에게, 한 문장
“그 방에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면,
오늘은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어도 괜찮아.”
내면아이는, 늘 그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