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를 금지한 제도-모두가 통과할 때, 무엇을 잃는가

학점제, 우리는 지금 ‘낙제를 금지한 사회’에 살고 있다.

by stephanette

우리는 지금 ‘낙제를 금지한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구도 떨어지지 않고, 모두가 통과하는 시스템.

표면적으로는 따뜻한 배려이지만, 실은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허물고 있다.


1. ‘낙제 금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점제는 자유를 표방하지만, 그 자유는 기형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F, 즉 실패의 기록을 제거하는 것이다.

실패가 예상되는 학생을 선정하여 사전 교육을 시키고,

성적 처리가 끝난 후에도

추가 교육을 시켜서 F를 지울 수 있게 조정한다.


결국 낙제자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평가와 시험은 계획된다.


이 구조에서 교사는 더 이상 평가자가 아니다.

학생의 ‘실패’를 대신 막아주는 행정적 조정자일 뿐이다.

평가 기준은 무너지고,

학생의 성장은 대신 평준화된 통과선에 귀속된다.


교육 대신 숫자 놀음을 하라는 걸까



2. 실패 없는 교육은 무엇을 만드는가

성공의 그림자엔 항상 실패가 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넘어서며, 자신만의 리듬과 철학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학점제는 이 경험을 차단한다.

실패는 학생을 낙오자로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도는 실패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평등을 흉내낸 위장 평등을 세운다.

그 결과는

학생은 더 이상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없고,

"어떻게든 통과하면 된다"는 생존 전략만 남는다.


3. '통과'가 보장된 사회의 그림자

결국 모두가 통과하면, 아무도 성장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 전체의 기준 붕괴로 이어진다.

성적은 신뢰를 잃고

교육은 내면의 변화가 아닌 결과는 변질된다


"대학 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교육은

이상향을 적용하기에 앞서

제도가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안착될 것인지 예측"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째서 의미 없는 에너지를 쓰게 하는 것인가?

실력과 무관한 평등은 실력주의와 공정성 모두를 파괴한다.

실패를 지우는 제도는, 진짜 성공도 없애버린다.


4. 우리는 왜 ‘F’를 지워버렸는가

이는 단순한 평가 체계의 변화가 아니다.

사회가 ‘희생양’을 만들지 않기 위한 공포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르네 지라르의 말처럼,

모두가 같은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회에서는

낙오자가 곧 희생양이 된다.

그러니 실패한 학생은 ‘게으름’과 ‘무능’의 상징이 되고,

학교는 그런 낙오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평가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낙제를 금지한 사회란, 희생양 만들기를 두려워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모두를 통과시키는 시스템이

정작 아이 한 명 한 명을 진짜 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5. 진짜 교육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가

F를 허하라.

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공한 자만 살아남는’ 경쟁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진짜 평등은 결과의 평준화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에서 실패를 없앴지만, 동시에 성찰도, 노력도, 성장도 함께 없애버렸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모두가 통과해야만 하는가?”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만약,

F를 허하라는 말이

공교육의 원칙과 맞지 않다면

제도 자체를 바꾸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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