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돈'을 중요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돈이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한다.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해진다. 나이가 들어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은퇴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주변에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나니 나 스스로 돈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하고 있다.
헤드헌터로 근무하며 이직에 대한 여러 글을 쓰고 있다. 과거에는 이직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로지 나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이직만이 정당한 것이며 그 외 이직 사유는 합당하지 않다 생각했다. 특히 오로지 연봉 인상 만을 위한 이직은 그 의도가 좋지 않다 생각했으며 무조건 높은 연봉 인상 만을 원하는 경우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노동을 신성시 여겨야 하며 불로소득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에 깔려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커리어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분명 이직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순수한 이유로 이직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에게는 지금 당장 경제적인 이득보다 나의 성장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렇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제 뉴스 기사를 보니 SK하아닉스의 내년 1인당 성과급이 13억에 가까울 것이라 한다. 과연 그 누가 13억이라는 로또 수준의 성과급을 주는 회사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돈이 전부가 아니야'라며 해당 회사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경우가 있을 것인가? 혹은 '나는 성과급을 포기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할 거야'라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많이 생길까? 아마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도 크기 때문이다.
'제발 돈, 돈, 돈 거리지 마!'라는 이야기를 드라마나 여기저기에서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돈 = 필요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그리고 앞으로 AI가 더 많이 지배할 시대에는 금융지식에 대한 변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태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 아이에게 주식을 사줬다. 소액이지만 증여세 신고도 하고 ETF를 사주며 얘기해 주었다.
"지금 네가 산 이 주식은 네가 해당 기업의 주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야. 회사가 많이 벌수록 너에게 더 많은 돈을 줄 거야. 그러니 앞으로 장난감 사지 말고 돈 모아서 주식을 사보자"
9살 아이가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제도 치과 갔다가 티니핑 장난감 하나는 손에 들려주었다.
그래도 가끔 아이가 물어본다. '나 친구들에게 내가 회사 샀다고 자랑해도 돼?'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네가 미국,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이다.
돈 때문에, 연봉 인상을 위해 이직하는 것이 부끄러워서는 안 된다. 내가 그만큼 역량이 되고 회사에서도 그에 합당한 연봉을 제시할 수 있다면 수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 자리에서 이직 사유에 대해 늘 고상한 이야기만 하기보다
"전 저의 능력 대비 현재 회사에서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 생각합니다. 제 역량에 맞는 연봉을 받고 싶어 이직을 하고 싶고 그에 맞는 역량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