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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5. 2019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답장 올 일이 없다.

호텔 서비스 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I am happy to share that your stay has now been posted to your XXX account...


투숙한 호텔 멤버십 포인트가 적용이 안되었다는 나의 메일에 대한 답장이었다.

꼬박 2주가 좀 더 넘어 돌아온 답장. 포인트 적립이 안되었던 이유는 여권 이름과, 멤버십 카드 이름이 달라서였다. 한글 이름과 영어 이름의 차이인데, 기존 다른 체인 호텔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터라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인지 증명하느라 여권과 명함을 스캔해서 보내고 또 기다린 시간까지 다 합치면 아마도 한 달은 족히 걸린 과정이었다.


포인트 자체는 삶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 달이 걸리는 동안, 그것을 떠올릴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다. 메일을 보고 나서야 광고성 메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들여다볼 정도였으니까. 포인트 자체보다는,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이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감정'은 '행동'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무언가를 일으킨다.


안 그래도 무료한 나날이었다.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하고. 바쁘긴 바쁜데 무엇 때문에, 왜 바쁜지 모르고 삶이 소모되는듯한 느낌. 그런 와중에 받은 호텔서비스센터로부터의 메일은 약간의 자극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편지를 쓰지 않으면 답장을 받을 일이 없구나... 평소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면서 내뱉었던 말들을 스스로에게 읊조리고 있었다.


다시 적립된 그 포인트는 내 삶에 큰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그 포인트를 요청했어야 해... 란 후회나, 해결되지 않고 마음 어느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감정의 쪼가리는 행복을 갉아먹을 수 있다. 아마도 요즘같이 슬럼프라고 느끼는 날에 이런 후회를 했다면 좀 더 우울했을 지도.


정말 고맙다, 좋은 하루 보내라는 답장을 보내고는 나는 조금 웃었다.

뭔가를 성취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내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무어라도 하는 게 좋겠단 행동의 용기가 다시 생겼달까.


결국,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행동해야 세상이 나를 위해 움직인단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당연한 명언을 함께 떠올리면서.


다시금,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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