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남의 인생

다른 이의 인생은 하이라이트와 같단다

by 스테르담
마이클 조던의 하이라이트 영상


아빠가 어렸을 때 말이야.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가 있었어. 지금 너희들이 열광하는 메시나 손흥민처럼. 바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란다. 프리드로우 라인에서 뛰어올라 덩크슛을 하던 모습은 환희이자 충격이었어. 실제로 수많은 NBA 선수들이 그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워 실현하기도 했고. 혹자는 마이클 조던이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 아닐까 의문을 던지기도 했고, 어느 한 영화에서는 실제로 그런 의구심을 모티브로 차용하기도 했을 정도야.


아빠가 어렸을 땐 인터넷이 없었기에, 아빠는 뉴스 속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마이클 조던을 접하곤 했어.

득점하는 장면이 이어졌지. 날아오르고, 누구보다 빠르게 뛰고, 불가능해 보이는 슛을 하고. 농구황제라는 수식어가 내 입을 통해서 절로 나왔었어. 내가 뛴 것도 아닌데, 양 손에는 땀이 흥건할 정도로 몰입했던 기억이 나.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 조던이 속한 시카고 불스의 전체 경기 영상을 입수했던 거야. 전날부터 잠을 설친 아빠는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디오테이프를 플레이어에 넣었어.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고, 아빠는 손에 땀이 나진 않을까 긴장하면서 자리를 지켰지. 하지만 비디오 테이프가 다 감겼을 때, 아빠의 손엔 땀이 나지도 않았고 그 게임이 그리 흥미진진하지도 않았어. 물론, 전체적인 긴박감과 역동성은 있었으나 단 하나. 아빠가 뉴스 하이라이트에서 봤던 마이클 조던은 (출전하긴 했지만) 거기에 없었어.


즉, 아빠는 마이클 조던이 하이라이트의 그 모습을 경기 내내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던 거야.

하지만, 실제는 달랐어. 마이클 조던도 슛을 미스하기도 했고 공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누군가의 공격에 막히기도 했어. 모든 슛을 날아올라 덩크슛으로 마무리한 것도 아니고, 전매특허인 페이드 어웨이 슛이나 2단 점프 슛도 가뭄에 콩 나듯 나오더라고.


마이클 조던은 뛰었지만, 나의 영웅은 없었던 거야.


다른 이의 인생은 하이라이트와 같단다


아빠가 인생을 살다가 힘들었던 때를 돌아보면.

아마도 다른 이의 인생을 마이클 조던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같이 봐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 빼고 다 잘 나가는 세상. 나보다 많이 이루고, 더 많이 갖고, 더 행복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한탄했던 적이 많이 있었거든. 다른 사람들이 가진 좋은 것들로,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비교하곤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니. 게다가, 나는 혼자지만 스스로 비교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은 셀 수도 없었단다.


그렇게 다른 이들의 삶은 하이라이트로만 보여.

반대로 우리 스스로의 삶은 지루한 전체 영상으로 느껴지고 말이야. 그러니 상대적으로 허탈할 수밖에. 멋있어 보이는 다른 이의 인생이 지루해 보이는 내 것과 오버랩되며 자존감은 떨어지고 열정은 식게 되는 거야.


그러니, 생각을 좀 더 넓게 할 필요가 있단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내 삶을 하이라이트로 볼 수도 있어. 분명 그러하겠지. 나는 다른 사람에겐 '남'이니까. 내가 어쩌다 비싼 소고기 먹었거나,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일 년에 단 한 번 여행 간 것을 SNS에 올렸다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내가 매일을 그렇게 산다고 생각할 거야.


'SNS에는 불행이 없다'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란다.


내 삶의 하이라이트를 볼 줄 알아야 해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해.

내가 남의 삶을 하이라이트로 보는 것과 같이, 다른 이들도 우리의 삶을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 이 말은 다른 사람의 삶을 좋게 바라본다는 뜻도 있지만, 또 그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어떤 사람들은 아빠에게 책 출간했으니 회사 그만둬도 되겠다고 쉽게 툭툭 말하곤 하거든. 남의 속사정이나 비전은 잘 모르면서 말이야. 그러니, 다른 이의 삶을 하이라이트 해서 볼 땐 그 이면을 잘 살펴야 한단다.


또 하나. 더 중요한 것.

내 삶의 하이라이트를 볼 줄 알아야 해. 자신의 삶은 길고 긴 롱테이크 샷처럼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순간순간 소중하고 의미 있는 클립들이 있단다. 그것들은 분명 존재 해.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해. 아주 절실하게. 어느 조용한 밤 노트를 펼치고, 그러한 순간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잠자리에 누웠을 때, 과거에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도 되고. 그래서 마음속에, 그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을 나만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보는 거야.




"인생은 외국어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잘못 발음한다."

- 크리스토퍼 몰리 -



누군가의 인생을 쉽사리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말자.

내 것이라면 더더욱 더!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이전 08화살아보니 인생은 OO(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