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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2. 2020

억압된 것은 반드시 나타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꿈을 꾸었다.


정확한 처음과 끝의 이야기가 기억나진 않았지만 그것은 와이프와 심하게 다툰 내용이었다. 

자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고, 깨어서도 그랬다. 나와 와이프는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와이프의 마음이 매우 여리다 보니, 싸움이 일어나기도 전에 내가 화를 내지 못하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학습된 이러한 패턴은, 욱하던 내 성격(이라 쓰고 성질이라 읽는다.)이 많이 고쳐진 계기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화목한 가정을 꿈꾸던 내게는, 나 때문에 혹시라도 가족 분위기가 나빠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

어찌 되었건, 그러한 꿈을 꾼 것이 참 이상했다. 근래 들어 와이프와 크게 싸운 적도 없고, 갑자기 미워하거나 옥신각신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와이프에게도 이러한 꿈을 꾸었다고 하니 함께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득,
일주일 전의 일이 떠올랐다.


첫째 녀석의 생일을 맞아 어느 한 식당을 가던 차 안이었다. 

내가 그 식당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을 때 와이프는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뜻 없이 지나가는 말로 "저번에 이야기했었는데..."라는 말을 덧붙였었다.


나는 그 말에 갑자기 감정이 욱하여 화가 났다. 

저번에 이야기했었다는 말은, 내가 와이프의 말을 평소에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나는 가끔 와이프가 했던 말을 잘 잊곤 하긴 한다. (남자들은 왜 그럴까?)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이러한 경우 더 화를 낸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갑자기 올라온 화는 곧바로 소리를 쳐 감정을 표출하거나, "그냥 그런 말 하지 말고 알려주면 안 돼?"라는 말을 내뱉으라고 순간적으로 내 마음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억압'과 '억제'가 발동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내가 그러한 표현을 했을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슬프게 할 것이며, 기분 좋게 첫째 생일을 축하해주러 가는 가족 모임의 분위기가 망쳐질 것이라는 불안을 순간적으로 느낀 것이다. 

싸움을 크게 벌이지 말아야겠다는 지금까지의 학습된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억압'을 가동시켰다. 더불어, '억압'으로 부족한 '화'의 감정 부스러기는 '억제'로 다스려졌다. 


즉,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이다.




다행히 억압과 억제로 인해 그 날의 가족행사는 잘 마무리되었다. 

와이프도 나의 순간적인 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렸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억압되었던 그 날의 감정은, 결국 꿈을 통해 발현된 것이다.


꿈으로 나타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렇게 억압/ 억제된 감정이나 불안이 모이고 모여 실제 생활에서 폭발하는 경우는 참 난감하다. 자신은 잘 참았다고 생각하지만, 억압과 억제가 반복되고 지속되다 보면 그것은 어떻게든 터져 나온다.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모든 것들은 의식화되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것들이 쌓여있다가 폭발한 경우가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꿈을 통해 표현되었건, 아니면 화나 다른 신체적 손상(고통)으로 발현되었다면 그 원인을 곱씹어봐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조차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아낼 수는 없지만 내가 위에서 보인 사례와 같이 운 좋게 그것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할 때 억압과 억제를 사용하고, 그것이 내 마음속에서 어떻게 숙성되어 터져 나오는지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 즉,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나는 그저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반응에 '반응'하고, 반응하지 않는 것에 '반응'할 뿐이다.


잊지 말자. 

억압된 것은 반드시 의식화되어 나타난다. 그것을 자신도 모르게 터뜨려 스스로를 아프게 할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 마음과 친해져 그 억압된 것들을 서로 공유하며 다독여줄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어쩌면 심리학은 그렇게 내 마음에 주는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겠다.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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