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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17. 2020

나는 가끔 이어폰을 뺀다.

살다 보면,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노이즈가 되는 경우도 있기에.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한 여가수가 추억이 몽글몽글할 적 개인 홈피에 사진과 함께 이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당시엔 큰 반향이 없었는데, 오히려 지금 시대에 이르러 더 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허세(?)를 미리 예견한 것이 아닐까란 느낌이 들 정도다.


이 한 문장의 킬링 포인트는 '가끔'이다.

그 단어가 주는 힘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것은 내 삶의 한 부분을 '환기(喚起)' 시키기 때문이다. 즉, 무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너무 당연해서, 자주 반복되어서 잊고 있던 것들. 그것들을 떠올려 마주하게 한다.


그러니 우리는 '가끔'이란 단어를 가끔이라도 떠올려야 한다.


나는 이 말을 퇴근길에 떠올렸다.

무선 이어폰 충전을 하다 깜빡 잊고는 그것을 사무실에 그대로 놓고 온 것이다.


참 낯설었다.

이어폰 없는 그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피고 싶은 담배를 당장 피우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였다. 그만큼, 나는 어느새부턴가 이어폰을 항상 귀에 꽂고 다녔던 것이다.


그런데, 귀에 들리는 그 소리들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웁게 다가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 오가는 차들의 소리. 강을 마주하고 불어오는 바람과 그것이 스쳐 지나가며 만들어 내는 나뭇가지 소리. 그저 소음이라 생각했기에 분명 이어폰을 귀에 꽂았겠지만, 어느새 그것들은 나에게 잊혀진 소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어폰을 뺀다.

주위에 들리는 소리들을 그저 들으며 걷는다.


요즘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대세고, 자발적 고립에 대한 욕구는 이어폰의 가격을 올려놓았다.

나는 흔쾌히 그 가격을 지불했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이어폰을 빼놓으려 한다.


살다 보면,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노이즈가 되는 경우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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