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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1. 2020

출근 시간에 조깅을 한다는 것

묵묵히 출근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모든 존재를 응원한다.

출근은 고되지 않을 수가 없다.

가까스로 잠들어 이제 막 어둠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눈과 뇌가 자연광이 아닌, 인공적인 알람에 번뜩 시작되는 하루. 찌뿌둥한 몸, 케케묵은 뿌연 피곤을 머금은 머리는 기어코 오늘은 주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비로소 일어난 몸과 함께 오늘 하루의 출근은 그렇게 시작되고, 마음은 이미 고되다.


그러나 눈을 떠 어디론가 가야 할 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양가(兩價) 감정'이다.

서로 대립되는 두 감정이 동시에 혼재하는 정신 상태. 쉽게 말해 '애증'이다. 감사하면서도 도망가고 싶은. 활력이 되면서도 지치게 되는. 그래서인지, 그 인연은 오히려 쉽게 끊기지 않고 양가감정을 오가는 세월은 이미 오래다.


집을 나서면 가로지르는 길 어딘가에 내천이 딸린 산책로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지만, 개중엔 나와 다르지 않은 또래의 사람들도 보인다.


이 시간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라.

건물주? 백수? 사업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내가 하지 못하는 모든 바람과 생각을, 그 사람들에게 이입하고 있었다. 부러움과 궁금함을 뒤로하고, 출근길을 재촉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평일 하루 휴가를 낸 날에.

나는 늦잠 대신 운동을 택했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는 그 시간. 나는 반대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달렸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봤을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시간에 출근 안 해도 되는 건물주나 백수, 사업가로 보지 않았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

남들 출근하는, 그 이른 아침 조깅을 하기 위해서 나는 먹고 살 걱정 없는 건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건물이 생기기 전까지 나는 아침에 조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무의식 중에 나를 세뇌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그저 나가서 뛰어보니 그건 언제든 할 수 있는 무엇이었다는 걸 세차게 깨달았다. 결국, 마음의 여유가 없을 뿐.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한 줌 마음의 여유가 나를 달리게 한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돌아올 곳이 있기에 여행은 즐겁고,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휴식은 값지다.

단순한 걸 크게 돌아 깨닫고야 마는 삶은 고되지만, 고되면 고될수록 잠시간의 여유는 좀 더 달달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난.

묵묵히 출근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모든 존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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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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