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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0. 2020

포근함이라는 위안

아이들을 어루만지며 내가 느낀 그 포근함의 힘을, 내가 알기에.

나는 아침에 출근할 때 항상 아이들 방에 들른다.

동네 어귀 어느 정도는 혼자서도 다닐 수 있는 나이. 돈의 소중함을 알고, 자아를 인식하며 이제는 제법 아빠도 부족한 게 있구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녀석들.


꼬물거리던 생명체들이 언제 이리 컸을까. 


거짓말처럼 자라나는 아이들만큼, 거짓말처럼 늙어가는 부모지만 어째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라기 위해서 내가 그래야 한다면 기꺼이 늙을 수 있다는 마음. 문득, 나는 내 부모님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창의적인 자세로 잠들어 있다.

첫째는 마치 달을 잡으러 뛰어가는듯한 모습이고, 둘째는 세상을 다 가지려는 듯 대자로 뻗어있다. 매일매일 그 자세가 같지 않은데, 아침에 아이들 방문을 열기 전 그 모습을 상상하는 그 잠시간의 시간이 내겐 소소한 즐거움이다.


녀석들은 어려서인지 여름이고 겨울이고를 가리지 않고 배를 드러내고 자기 일쑤다.

역시나, 배를 만져보면 차갑다. 나는 곧 옆으로 밀려난 이불을 잡아당겨 녀석들의 배를 덮는다. 그리곤 머리를 한 번, 뺨을 왼쪽과 오른쪽 각 한 번 씩 두 번을 어루만진다.


나에게 이 순간은 꽤 숭고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명치끝에서 올라오는 뭔지 모를 울컥함은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인데, 나는 그것을 용기 또는 살아가는 힘이라 명하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로운 다짐이랄까. 흔들릴 일만 가득한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그렇게 나는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이다.


부드럽게 녀석들의 머리와 볼을 쓰다듬으면, 때로 녀석들이 반응한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응은 엷은 미소다.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길이 지나갈 때 짓는 그 묘한 미소는 내게 있어 감동이다. 그것은 하루의 선물과 같다. 나중에 물어보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심코 건넨 선물이 원래 더 감동인 법이다. 


그러나, 이 선물의 순간은 곧 사라질 것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때. 더 이상 나의 보살핌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그때. 나는 품 안에서 녀석들을 놓아주고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그곳에서 맞이할 기쁨과 슬픔, 보람과 좌절 그리고 먹고사는 고단함까지.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삶은 마냥 행복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될 때.

나는 우리 아이들이 가족의 '포근함'을 떠올렸으면 한다.


보송보송한 침대.

따뜻하게 배를 감싸는 이불. 그리고 누군가 머리와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그 느낌.


그 느낌을 기억한다면, 그 포근함은 세상 살아가는데 더 없는 위안이 될 거라 나는 믿는다.

아이들을 어루만지며 내가 느낀 그 포근함의 힘을, 내가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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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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