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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6. 2020

혼란스러움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나를 마주 한다.

그래도 꽤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갑작스러운 혼란이 불현듯 다가올 때가 있다. 잘 쌓아 가던 것들이 와장창 무너져 흐트러지는 느낌. 분명, 내가 쌓아가던 것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내가 무리하게 무언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도. 그러한 느낌은 마치 날씨와 같아서 갑작스럽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 비가 오거나 무더위가 갑작스레 찾아온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따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므로, 나는 이내 무기력 해진다.


슬럼프 일까도 생각해보지만, 어쩐지 그 결이 다르다.

이 혼란스러움 앞에 슬럼프는 오히려 식상한 무엇이 된다. 아, 슬럼프를 능가하는 것이 있었구나. 삶은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이러한 느낌을 피하지 않고 마주 하기로 한다.

내 마음을 샅샅이 파헤쳐 보는 것이다.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하나 건진 건, 바로 이러한 삶의 자세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나 기분이 들 때, 피하거나 다른 것으로 풀기보단 그저 내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수 십 년을 나 스스로와 아웅다웅한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이제 나는, 눈을 들어 바깥을 보지 않고 내 안을 들여다보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헤집고 헤집어 본 내 마음속에서 나는 '비교'와 '열등'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나는 어느새, 남과 나를 비교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들이 초라해 보이고, 내가 이룬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이유. 모든 것이 사라진 그곳엔 '열등감'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열등감'을 발견하자마자, 내가 딛고 있는 땅은 푹 꺼지고 나는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남들은 나를 비웃기나하는듯, 휙 하고 지나간다는 조급함이 엄습한다. 이 느낌이 나는 정말 싫다. 조급함 앞에 초라해지는 나도 싫고, 남보다 느리게 가면 어떡하나란 걱정을 하는 불안도 싫다.


갑자기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다.


모든 비교가 불행의 원인임을 누가 모를까.

문제는,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별개란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느낌을 원망하지 않기로 한다. 푹 꺼진 바닥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를 지나쳐가는 남들의 뒤를 보기보단, 잠시 멈춘 나를 고찰하는 시간. 그러고 보니, 나는 잠시 '방향'을 잃은 느낌이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남들이 추구하는 무엇을 나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원한 건 아닐까.


나만 가지지 못했다는 이 혼란스러운 느낌은 분명 그것으로부터 온 것이 맞다.

내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저 남의 것만 보고 가지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채근대는 마음. '남'은 '복수'이므로 1대 100의 싸움이 되고, 나는 자꾸 그 싸움 속으로 나를 욱여넣고 있던 것이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나를 마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걸 나는 잘 안다. 단숨에 이러한 느낌을 지워버릴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또한. 그러하므로, 편하지 않은 마음이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그 날을 기다리기로 한다.




마음의 날씨에 그렇게 비가 온다.

비를 맞지 않고 앞서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투덜대기보단 우산을 펴자고, 나는 나에게 나지막이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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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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