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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2. 2020

바다를 받아들이는 마음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열등감에 사로 잡힌다.

내게 있어 바다는 놀이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바다는, 나에게 복잡 미묘한 무엇이다.


강렬한 태양과 시원한 물놀이만을 의미하던 바다는, 이제 내게 많은 과제를 안기고 잔소리를 쏟아 낸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이 답답하고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에만 바다를 떠올려서일까. 생각해보니, 잔뜩 과제를 안고 바다를 대하는 건 내 마음이다.


아니, 왜 그랬어. 좀 더 받아들이지. 포용하지.
성난 파도를 보여줘야 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남는 게 뭐람.
나는 받아들임으로써 존재하고, 존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야.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열등감에 사로 잡힌다.

내가 그러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하며, 보란 듯이 모든 걸 포용해 내는 바다.


흐르는 것에 치유 능력이 있다면, 거대하게 머무는 것엔 정화 능력이 있다.

내가 움직여 스스로를 지켜 내야 하는 때도 있지만, 그저 머물며 묵직하게 주위 것들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애매하게 고인 물이 아니라.

거대하게 고인 물의 말이라, 나는 그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애매하게 분노하고, 애매하게 수용하고.

애매하게 보내 버린, 나의 모든 지난날 부산물들이 지금 나를 괴롭히는 실체가 아닐까 돌아보게 하니까.


바다를 보며 뻥 뚫린 마음속으로, 거대한 숙제들이 몰려온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을 내어 놓고 돌아가니, 그저 밑지는 장사는 아닌 듯하다.


마음속 바다의 크기를 좀 더 늘려야겠다고 다짐한다.


애매하지 않, 조금은 더 거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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