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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2. 2021

시간 관리보다 더 중요한 동기 관리

'동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시간 관리'도 잘하게 되어 있다.

시간 쪼개기와 시간 만들기의 덧없음


'시간 관리'라는 말을 듣자마자 우리는 시간을 쪼개려 한다.

또는, 없던 시간을 만드는데 골몰한다. 시간을 쪼개어 틈 사이로 해야 할 일을 배치한다던가, 평소 일어나던 시간을 앞당겨 만든 시간에 나를 욱여넣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는 많이들 성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시간이 확보되었는데 행동하지 않는 나 자신이다. 이럴 수가, 어렵사리 시간을 쪼개고 만들었는데 내 의지와 몸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쪼개고 만든 시간은 덧없게 된다.


의지와 실천이 없는 시간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동기'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


'동기'란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마음을 먹게 하는 원인이나 계기'를 말한다.

'동기'는 이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기보단 '느끼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앞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의사결정 능력'은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로부터 생겨난다. 즉, 결국 '감정'이 '의사결정'을 하고 몸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막상 시간이 확보되었을 때 정작 계획한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그 괴리의 순간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시간 계획을 세울 때의 감정과, 그것을 막상 실천해야 할 때의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일은 주말이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몰아서 다해야지라고 마음 먹지만, 그 결연한 마음의 유통기한이 안타깝게도 하루를 가지 못하는 것이다. 즉, 계획을 세울 때 먹은 마음과 그것을 행해야 할 때의 마음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기'를 찾아내야 한다.

그 두 마음을 관통하여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동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심리학의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에서는 동기를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나눈다. 

'내재적 동기'는 말 그대로 개개인의 마음 안으로부터 '동기'가 유발된다고 보는 것이고, '외재적 동기'는 개인이 아닌 외부의 사람이나 환경으로부터 오는 것이란 정의다.


'내재적 동기에 대한 외부 보상 실험'은 이 둘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외적 보상의 도입이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킨다는 가설을 세우고 진행된 실험에서,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 어떤 과제를 수행하던 사람들도 돈과 같은 외적 보상이 주어졌을 땐 잠시 성과가 나지만 이내 외적 보상이 중단되면 동기부여가 현격히 줄어드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자기 결정이론의 선구자인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플래스트'는 '동기부여 기법이나 자율성 확보 기법 따위는 없다'라고 다소 급진적인 의견을 내었다. 

동기부여는 기법이 아니라 내면에서 와야 하며, 자신을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결심에서 부여된다는 것으로 외부적인 방법으로의 동기부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주장한 것이다. 


건전한 동기부여를 위한 세 가지 요소


그렇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건전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동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자기 결정 이론'은 책임과 실현화, 성장을 강조하는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인본주의는 '자기실현 경향성'을 사람의 근본적 속성으로 정의한다.


시간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겠다는 마음의 저변에는 나를 성장시키고, 자아실현을 하겠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기를 더 강화하기에 필요한 속성은 '자율성', '유능성' 그리고 '관계성'이다.


첫째, 자율성 (Autonomy)


자율성은 외부환경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나 자기 조절을 선택할 수 있는 감정을 말한다.

'자율성'의 반대말은 '독립성'이 아니고 '타의성'이다. '타의성'은 타인에 의해 통제되거나 조종당한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타율성은 네 가지 조합이 나온다. 바로, '타율적 의존성', '타율적 독립성', '자율적 의존성' 그리고 '자율적 독립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재밌는 건, '자기 결정이론'에서는 타인에 대한 의존 역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간다고 생각해보면 그것은 타율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지만 어쨌거나 그 선택은 자의에 의한 것으로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글쓰기 모임에 소속되어 억지로라도 정해진 날짜에 글을 쓰다 보면 동기부여가 되어 타의가 자율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언급한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플래스트'가 동기부여는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말에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학원이나 글쓰기 모임에 의존하는 건 '타율'로 볼 수 있지만, 그 '타의'를 선택한 건 나 자신이므로 '동기'가 외부에서 온 것이라 볼 수 없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계획한 일이 내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인가를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율성'이 확보되었는지 그것부터 살펴야 한다. 만약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하면 나에게 자유적인 무언가로 받아들이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하면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외적 보상'보다는, 자아실현과 연관된 스스로의 '내적 보상'으로 연결하는 게 좋다.


둘째, 관계성 (Relatedness)


관계성 욕구는 타인과 안정적 교제나 관계에서의 조화를 통한 '안정성'을 의미한다.

매슬로우 욕구 이론의 '애정/ 소속 욕구'와도 어느 정도 상통하는 개념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의 '목적'을 잘 생각해보자. 시간 관리를 통해 내가 이것을 해냈을 때, 아마도 나는 이것을 통해 안정된 관계를 얻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욕구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다. 즉, 개인적 주체와 사회적 공동체의 주체로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주위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나 성과에 그리 큰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러나, 내 '동기'를 되돌아보아 내가 만들어내고픈 '관계'는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어렵게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 내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내게 오는 '관계성의 보상'은 무엇일까?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동기'를 개인을 벗어나 더 넓게 볼 줄 아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셋째, 유능성 (Competence)


옛 홍콩 무술 영화나 최근의 슈퍼 히어로 영화를 떠올려보자.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구를 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무던히 훈련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꼭 영화 주인공이나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단련하고 능력을 뽐내고 싶어 한다.

사실, 우리가 시간 관리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얻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의 팔 할은 사람들이나 세상으로부터 또는 나 자신으로부터 얻고 싶은 '인정'이다.


매슬로우 욕구 중 '존경의 욕구'가 이에 포함되고, 많이 들어본 '자기 효능감'으로도 이 '유능성'은 설명 된다.

이는 앞서 말한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유능감은 혼자서는 획득하기 어렵다. 사회적 환경과 사람과의 상호 관계를 통해 충족된다. 사회적 집단에서 오는 긍정적인 피드백과 자율성에 대한 지지는 개개인의 유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에너지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결국 내재 동기를 증폭하는 연료가 된다.




'동기'부여를 위한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해보면, 명확한 '방향'이 제시된다.

그러니까 '동기'는 '어떻게'가 아닌 '왜'다. '자율성', '관계성' 그리고 '유능성'을 기반으로 내가 이루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톺아 보아야 한다.


'시간 관리'의 영역은 '어떻게'다.

'왜'라는 규명 없이 '어떻게'에 매몰되면, 결승점을 모르고 그저 기술적으로 잘 달리는 마라톤 선수와 같이 된다. 그러니까, '왜'라는 '동기'를 먼저 잘 규명하고, 그 이후에 '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동기 유형을 '긍정적 동기'와 '부정적 동기'로 구분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자기 계발을 위해 글쓰기를 선택한 사람의 경우 예시)


긍정적 동기 (높은 수준)

제휴형(Aligned):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통합형(integrated): "글쓰기는 분명 내 삶의 목적과도 연관이 있어"

내재형(Inherent): "글쓰기 그 자체로도 즐겁고 마음이 풍족해"


부정적 동기 (낮은 수준)

무관심형(Disinterested): "일주일에 글 한 편 써서 뭐해. 의미 없고 시간낭비일 뿐"

외부 보상형(External): "글쓰기를 시작해서 돈을 벌어야지. 빨리 해보자"

강제형(Imposed): "남들 다 책 내고 있는데, 나는 뭐 하는 거지? 어떻게라도 해보자!"


'동기'의 요소이자 속성인 '자율성', '관계성' 그리고 '유능성'을 기반하여 볼 때 이 요소들이 더 활발하고 생생하게 움직이는 동기는 '긍정적 동기'와 '부정적 동기'중 어떤 것일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부정적 동기'보다는 '긍정적 동기'에서 그것들이 더 펄떡일 것이란 걸 알 것이다.

그럼에도 설명해야 하는 건, '시간 관리'에만 매몰되면 우리는 '부정적 동기'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향'은 고려하지 않고 '방법'에만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즉, '긍정적 동기'를 지향하기 위해서 우리는 '시간 관리'보다 '동기 관리'를 먼저 해야 한다.

'왜' 그것을 하려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가 먼저 규명되어야 한다. 내 '동기'의 본질. 그 '동기'는 왜 생겼고, 어디로 가고 싶어 하며 그것을 이루어냈을 때 나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다시, '동기'는 '어떻게'가 아닌 '왜'다.

그래서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건 시간도 시간이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동기'가 먼저다. 


결국, '동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시간 관리'도 잘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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