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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2. 2021

직장인이 이메일 유첨을 빼고 보내는 이유

모든 직장인의 건전한 도파민 생성을 응원하며!

유첨 파일이 빠진 이메일


모든 게 완벽했습니다.

그 날따라 이메일 문구 하나하나가 술술 써졌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면 상사로부터 내가 원하는 걸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고 함께 수신자에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내심 뿌듯했습니다. 평소 하지 않던 메일 다시 읽기를 통해, 전체 문구와 맞춤법 또한 확인했습니다.


이제, 보내기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겁니다.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고 아주 잠시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어떤 문제가 있을지에 대한 말 그대로 'Last checkup'이었습니다.


마침내 마우스에서 손을 뗀 순간.

모든 게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마음이, 메일이 보내지는 1초보다도 짧은 그 찰나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유첨 문서를 잊은 겁니다.


결국, 저는 같은 이메일을 다시 한번 더 보내야 했습니다.


왜 보내는 순간에서야 보이는가?


사실,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요즘은 메일 회수 기능이 있어서 예전보다는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좀 더 있지만 이미 수신한 사람이 있다면 완전범죄(?)를 만들 순 없습니다. 더불어, 어찌 되었건 실수를 했다는 불편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게 됩니다.


보다 속상한 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직장생활에서 이메일은 필수고, 연차수 이상으로 수많은 이메일을 보냈을 텐데 말이죠.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의 끝에서 저는 '도파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파민은 중추 신경계에서 발견되는 호르몬 또는 신경전달 물질입니다. 이 호르몬은 사람의 행동과 인식, 자발적인 움직임, 동기 부여, 처벌과 보상, 수면 기분 그리고 학습 등에 깊이 관여하는 물질입니다.


특히, '중독'과 '동기' 그리고 '보상'이 그 핵심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도파민은 일종의 흥분성 전달물질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합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도파민이 적게 분비되면 우울증에 빠지고, 과도하면 조증이 발생합니다. 그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는 '중독'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도파민 단식'이 열풍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도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SNS가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이 방식은 사회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타인의 관심과 칭찬이라는 '반응'과 그 반응을 얻으려는 욕망과 기대라는 '동기' 그리고 도파민 생성이라는 '쾌감'의 순환 고리에 사람들이 빠져버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실리콘 밸리는 테크 기업의 고향이고, 그 기업들이 SNS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도파민을 무한 생산해내고 있음을 돌아볼 때, 차마트 팔리하피티도의 비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섬뜩한 말로 다가옵니다.


자, 그렇다면 도파민과 이메일을 보낼 때 유첨 파일을 빼먹는 것과는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도파민에 취해 유첨을 하지 않았다는 걸 몰랐던 겁니다.

보내는 순간이 되어서야 제정신을 차리고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도파민의 분비 = 보상회로 작동


쉽게 설명하자면, 저는 메일을 보내고 난 뒤에 받을 인정과 칭찬을 미리 맛본 것입니다.

메일을 보내기도 전에 저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스스로에게 '보상'을 전한 겁니다. 보상을 받은 저는 그만 긴장하던 마음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선 이러한 일이 하나 둘이 아니라 셀 수 없이 일어납니다.

이메일뿐만 아니라, 보고서 작성, 구두 보고, 중요도가 높든 낮든 간에 반복되는 일 등. 하고 싶은 일이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든, 우리는 그 일을 마쳤을 때 오는 '후련함'과 '성취감', 결과가 좋았을 때의 '인정' 등을 기대하며 일을 대하게 됩니다. 즉, '보상'이라는 '도파민'과 '도파민'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서 말이죠.


돌이켜보면 내게 주어진 일을 빨리 처리하고 '후련함'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 몰두했던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보고서에서 나타나는 맞춤법 실수나, 이메일을 보낼 때 유첨을 빼먹는 것 그리고 직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실수들을 종합해볼 때 더 그렇습니다. 어서 빨리 처리하여 마음의 리스트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끝내고 받을 보상에 말 그대로 심취해있던 것입니다.


'보상'은 잘 활용하면 동기부여를 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들떠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이유입니다.




사람은 도파민을 얻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파민이라는 번화가는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 번화가에는 물질적인 것과 쾌락적인 것이 즐비하여 좋게는 그것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기도 하고, 나쁘게는 중에 빠지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우리가 얻는 도파민은 바로 '인정'입니다.

인정을 받아야 우리는 승진하고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추구하는 마음이 적당하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지나쳐 말 그대로 도파민의 노예가 되면 그 마음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불 안 가리고 정치질을 하거나, 남의 성취를 가로채는 등의 일이 직장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이메일을 보내며 혹시라도 유첨을 빼먹진 않았나를 확인하는 마음으로. 내가 받을 보상에, 도파민에 취해있진 않은지를 점검하는 자세로 말이죠.


동기부여를 위한 도파민은 언제나 환영하되, 혹시라도 그것이 나를 휘두르고 있진 않은지를 우리 함께 돌아봤으면 합니다.


모든 직장인의 건전한 도파민 생성을 응원합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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