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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9. 2021

결심할 때의 감정과, 실행할 때의 감정은 다르다.

'감정'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내 감정은 내가 알아차려야 한다.

의사결정의 주체는?


인간 최초의 감정은 '공포'였다.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원시시대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된다. 맹수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왼쪽으로 가야 합리적인지, 오른쪽으로 가야 잘 도망갔다는 소리를 들을지 합리적으로 재지 않는다. 그러할 여력이나 여유가 없다. 우선 도망가고 봐야 한다. 그래서 인류는 '공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이르게 되면서, 오히려 공포를 느낄 상황은 더 많아졌다. 공포는 만연화 되었고, 만연화된 공포는 '불안'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주식을 예로 들어도 좋겠다.

급등한 종목은 쳐다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건 이성적으로 알고 있지만, 왠지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 기어이 매수를 한다. 반대로, 급락하여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면 말 그대로 공포 매도가 나온다.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언젠간 오를 수 있다는 믿음 따위는 제 기능을 하지 않는다.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나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직접 그와 같은 감정에 맞닥뜨리게 되면, 대부분이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작 뉴턴도 주식으로 큰돈을 손해 본 후, '나는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할 순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다 똑같다'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람이 다 똑같은 이유.

바로, '감정'때문이다.


그리고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의사결정'을 하는 건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뇌과학이나 심리학에서도,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를 이와 관련하여 설명한다. '변연계'는 크게 피질과 해마 그리고 편도체로 이루어져 있고, '해마'는 학습 및 기억에 관여하고 '편도체'는 동기, 정서,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마'와 '편도체'는 가깝게 붙어 있는데, 우리가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그때의 감정이 함께 떠오르는 이유다.


결국, '동기'를 발동하여 우리를 기어이 움직이는 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다.


왜 실천하지 못할까?


나는 간혹 지난 다이어리와 마주한다.

사실, 다이어리를 꾸준하게 쓰지 않고 있는데, 신기한 건 그 안에 무언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적힌 내용을 본다. 무언가의 결심을 적어 놓은 것들이다. 날짜는 띄엄띄엄이다. 대부분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빼곡하다. 내용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내용은 지겹도록 반복된다. 즉, 적어 놓은 내용을 실천하거나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어 공부하기

다이어트하기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기


그 결심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그때의 다짐과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맞아, 그때 바이어 앞에서 영어로 대답을 잘하지 못해서 속상한 마음에 미국 드라마 대본을 달달 외워야지 결심했었는데...'

'아, 살이 너무 쪄서 좋아하던 옷을 입지 못한 충격에 하루에 2만 보는 걷자고 적어 놨었는데...'

'주말을 허무하게 보내는 게 속상해서 주말엔 아침 7시 이전엔 일어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는데...'


내가 어떤 다짐과 계획을 적은 이유는, 어떤 계기로 인한 '감정'이었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

기대한 만큼 영어로 표현 못한 수치심, 살이 쪄서 든 자괴감, 주말을 날려버린 허무함 등. 그러한 '감정'이 없었다면 나는 그 어떤 다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람은 공포와 불안, 수치심 또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감정으로 인해 무언가를 계획하게 된다.


그렇게 격한 감정으로 인해 열심히 다짐하고 계획했는데, 그렇다면 왜 실천하지 못하는 걸까?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이일' 또는 '작심영일'을 맞이하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정말 싫어진다. 원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거나, 오늘의 어학 공부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란 생각이 여지없이 허를 찌른다.


결심할 때의 감정과
실행할 때의 감정은 다르다.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이 또한 감정 때문이다.


결심할 때의 감정과 실행할 때의 감정은 다르다.

'감정'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갈대와 같다. 아니, 갈대보다 더하다. 실체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정은 요동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은 분명 사람의 '감정'을 기반으로 한 속담일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이 된다.


결심했을 때의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살이 쪄서 맞지 않는 옷을 붙들고 자괴감에 빠졌던 어제의 나는, 다른 일로 분주하거나 또 다른 이유로 기분이 좋거나 나쁜 오늘의 나와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감정의 시차를 줄일 수 있을까?

감정을 한결같게 붙잡아둘 순 없을까? 그래서 결심했던 그것들을, 원하는 때에 정확하게 하나 둘 다 실천할 수는 없는 걸까?


애석하게도, 나는 절대적인 방법은 '절대' 없을 것이라 말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감정'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력은 해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스스로 어떻게든 감정의 시차를 줄여보자고 노력해왔던 것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걸 해내는데 분명 도움이 되고있다.


첫째, 내 감정의 패턴을 알아차린다.


인생 2대 허언이 있다.

'나 술 끊는다.', '나 다이어트한다'가 그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나 가족들의 반응을 재밌게 묘사한 표현이 있다.


'니가?'


'니가?'란 반응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뭘까?

이미 수 십, 수 백번 그 다짐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 그 어떤 후회나 감정에 취해 공수표를 날렸단 이야기다. 공수표를 날린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술 때문에 생겨난, 체중이 늘어나 문득 든 감정들. 후회, 자괴감, 수치심, 자책감 등.


'반복' 속엔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이 급선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상사에게 잔소리를 듣는 날엔 술을 진탕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거나, 시험이나 발표와 같은 긴장된 상황을 맞이하면 폭식을 한다거나.


감정에 취해 허언을 날리고, '니가?'란 소리를 듣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 감정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공수표를 날리거나 후회할 일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둘째, 다짐과 계획을 수립할 때 그때의 감정을 함께 적는다.


어학 공부하기, 2만 보 걷기, 새벽에 일어나기.

이렇게 적은 계획은 절대 실행되지 않는다. 이것은 '다짐'이 아니라 그냥 '글자'다. 이 글자 안엔 그 어떤 감정이 없다. 감정이 없다는 건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서, 계획을 수립할 땐 그때 느꼈던 '감정'을 함께 적어야 한다.

문장이 힘들다면, 감정 한 단어도 좋다.


(수치심) 어학 공부 (미국 드라마 대본 한 장)

(자괴감) 다이어트 (2만 보 걷기)

(허무함) 주말에 일찍 일어나기 (오전 7시)


'감정'을 적는다는 건, '왜'를 적는 것과 같다.

'내가 왜 이러한 결심을 했던 걸까?'를 상기하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다짐했다는 건, 감정의 요동으로 인함이니 실천할 때 그 감정('왜라는 이유', '초심')이 생각나도록 하는 것이다.


'해마'와 '편도체'가 붙어 있는 걸 활용하는 것이다.

기억하면 감정도 함께 올라오므로.


셋째, '내일의 나'를 예상(배려)하며 계획한다.


이 세상 가장 전지전능한 존재는 누구일까?

신을 제외하고 보자면, 그건 아마도 '내일의 나'일 것이다. 오늘 미룬 다짐과 일은 '내일의 나'가 도맡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일의 나'는  또다시 '오늘의 나'가 되고, '오늘의 나'가 된 '내일의 나'는 다시 '내일의 나'에게...


이 끊임없는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일의 나'를 예상하며, 배려하며 다짐하고 계획해야 한다. 오늘의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는 건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예를 들어, 일요일 저녁에 주말에 하지 못한 일들은 내일의 나에게 절대 미루어선 안된다.

직장인에게 있어 월요일은 매우 힘든 날이다. 주말 이후 맞이한 월요일엔, 아마도 수많은 변수의 감정들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일의 나에게 오늘의 일을 미루어 준다? 그 어떤 일도 실천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힘들고 강력하고 많은 감정을 겪게 될 것이니, 그걸 예상하고 배려해야 한다.




'프레즌트 캐스팅(Present Casting)'이란 말이 있다.

미래를 어설프게 예측하지 말고, 현재에 대응하라는 말이다. 복잡 다난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필수가 된 개념이다. 최근엔 기업들도, 컨설팅을 받을 때 미래예측보다는 지금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에 더 초점을 맞춘다.


'감정'은 감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내 감정은 내가 알아차려야 한다. 어설프게 예측하는, 그러니까 오늘 다짐한 감정이 내일까지 유효하리라 생각한 다짐은 멈춰야 한다.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감정은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또 무언가를 다짐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 나는 이 감정이 들었는지, 그 감정이 들어서 나는 나를 어떻게 지켜내려 한 것인지. 내가 바라는 내일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떠올릴 때, 우리는 비로소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이전보다는 더 말이다.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자기 삶의 수준을 개선하려는 기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피할 수 없는 불안이란 것과 함께 가야 하는 운명이다.
생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불안에 떠는 사람일 수도 있다."

- 알랭 드 보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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