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선율이 되지 않는다. 소리는 음표에 있는 게 아니다. 음표에서 음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소리는 발생하고, 그것을 잘 조합해 놓으면 음악이 된다.
리듬도 마찬가지.
어깨가 들썩이기 위해선 그 세기가 달라야 한다. 하나의 세기나 타점만 고집하면 그것은 리듬이 아니다. 세기를 달리할 때, 그러니까 그것을 잘 조절하고 조합할 때 리듬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높은음만을 내려하고, 언제나 강한 리듬만을 추구하려 한다.
그것이 완벽하다고 신봉하는 마음과 그래야 음악이고 그래야 리듬이라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는 언제나 높은음만 내고, 언제나 강한 리듬만 유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쩌면 슬럼프나 번아웃은 선물일지 모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문장에 마침내 주어지는 쉼표와도 같이 말이다.
우리는 흔히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말한다.
심장이 마구 쿵쾅대는 그 일만 찾아 두리번거린다. 그 일을 찾았다고 쳐본다. 그러나 우리 심장은 계속해서 그렇게 나댈 수 없다. 아니, 그래선 안된다. 그건 심장병이다. 언제나 '강강강'의 리듬으로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얼마 전 한 토크쇼에서, 오랜 기간 최정상에 오른 한 MC는 롱런의 비결로 사람들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연한 업계 노하우인데, '강약약중강약약'이 중요해요...!"
수 십 년 간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그 또한, 자신이 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언제나 항상 대박을 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직장인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냐고 묻는다.
나는 꾸준하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돌이켜보니 나 또한 '강약약중강약약'의 삶을 실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꾸준하고 부지런하고를 떠나, 언제나 최고의 글을 쓴다거나 항상 사람들의 입맛에 착 달라붙는 글만 쓰려고 했다면 나는 아마 한 글자도 써 내려가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기대한 바 없이 그저 묵묵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보니 나만의 리듬이 생겼다. 그러니까, 내 글이 '약'이이라는 보잘것없는 글이 되진 않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약'이 있어야 '강'이 생겨날 수 있다. 리듬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렇게 이어진다.
중요한 건 '나'라는 기준이다.
기준을 세상에 맞출 때, 어쩐지 나는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강강강'의 리듬을 만들어 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살아가다 보면 세상의 리듬에 맞춰야 할 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 그것은 도움이 된다. 내 능력치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선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그렇게 살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럴 땐 '나'로 회귀해야 한다. '강약약중강약약'의 리듬을 떠올려야 한다. 언제나 항상 분기탱천할 수만은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무언가를 계획할 때.
무언가를 해내려 할 때.
'강강강'으로 나를 몰아세우면 될 일도 안된다.
그렇다고 '약약약'으로 나에게 무한히 관대하면 이 또한 될 일도 안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안될 일도 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약약중강약약'의 지혜가 필요하다.
힘을 줄 때 주고.
힘을 뺄 때 빼고.
그렇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제법 세상의 리듬과 내 리듬을 조화롭게 만드는 재주가 생겨나는 것이며, 극한으로 나를 몰던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걸 이루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