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an 05. 2022

브런치엔 선점 효과가 없다.

그러나 꾸준함의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선점 우위 효과


'선점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선점 우위 효과(First Mover Advantag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는 기업이 시장에 최초로 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무형 및 유형의 이익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원조 효과'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같은 브랜드나 제품이라면, '원조'를 더 선호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효과는 비단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개인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특히 SNS나 유튜브에는 더 그렇습니다. '얼리어답터'나 '패스트 무버'들을 떠올려 볼까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가 생겼을 초창기, 이것이 어떻게 수익화가 되는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를 때 그것을 잽싸게 알아챈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수 십, 수백 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각각의 플랫폼에서 상징적 존재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아이코닉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먼저 간 사람들을 벤치 마크하여 기회가 확장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SNS나 유튜브에는 여전히 선점 우위 효과가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브런치로 가볼까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브런치는 직접적인 수익화나 팔로워를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곧 돈으로 이어지지 않는 플랫폼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브런치가 이러한 방향을 고수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절망 보장권이 있는 곳


'절망 보장권'

저는 브런치의 매력을 이렇게 강조합니다. SNS나 유튜브와 같이 수익이 목적인 곳엔 '절망'이 없습니다. 멋있고 예쁘고 갖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입니다. 브런치는 수익과 관련 없으니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나옵니다.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것들을 내어 놓을 때, 그것은 글쓰기의 순기능이 됩니다. 그렇다고 타 플랫폼의 순기능을 폄하하자는 건 아닙니다.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어디엔가에 희망과 즐거움이 가득한 유토피아는 분명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자아를 잃어버릴 정도로 한쪽으로 쏠리는 희망 고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이고 진솔한 글쓰기는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 말하고 싶은 겁니다.


작가 신청에 두 번을 떨어지고도 브런치를 포기할 수 없었던 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멋있어 보이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단 내 속의 절망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그것들을 조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살 것 같았고, 실제로 그 과정을 통해 저는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절망도 쓸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선점 우위 효과와 같은 계산적인 생각은 진솔한 글을 내어 놓는 과정에서 휘발되었습니다.


브런치엔 선점 효과가 없다!


앞서 '선점 우위 효과'를 설명할 때, 저는 '이익'이라는 단어에 집중합니다.

결국 '수익'이나 '돈'을 의미하는 그 단어는 선점 우위 효과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다행히(?) 브런치엔 이러한 선점 효과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수익 구조가 없으니, '이익'을 논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물론, 저는 브런치를 통해, 더 본질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글쓰기를 통해 출판이나 강연 그리고 기고 등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저보다 브런치를 더 늦게 시작하시고도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거나, 더 많은 이익을 얻으시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브런치 북 공모전에 당선된 분들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당선 작가님께선, 자신은 브런치에 글을 몇 개 쓰지도 않았는데 덜컥 당선이 되어서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과,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써오신 작가님들께 일종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작가님의 말속엔 브런치엔 선점 우위 효과가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납니다. 먼저 시작했다고 공모전에 붙을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나중에 시작했다고 해서 선점 효과에 밀리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브런치는 그저 쓰면 되는 플랫폼입니다.

그래서 저는 브런치가 좋습니다. 선점 효과고 뭐고 계산하지 않는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 수가 많은 다른 작가가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내가 내어 놓고 싶은, 내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진솔한 독자님들이 생기고 저는 더 진솔한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익과 수익은 나중입니다.

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선점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선점을 해야 한다면, 다른 어떤 곳에 깃발을 꼽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누구보다 먼저 깃발을 꼽아야 할 것입니다.


'나'를 뺀 브랜드와 수익은 껍데기일 뿐이고, 오래가지 않는 콘텐츠라고 저는 믿습니다.


다시, 브런치엔 선점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나 꾸준함의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쓰면 됩니다.


멈추지 않고 글을 쓰려는 이유입니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이전 02화 브런치 작가는 정말 '작가'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