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스위치는 위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끄고 싶어도, 내리고 싶어도. 그러할 수가 없습니다. 이걸 스위치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자세히 보니 그 스위치 위에 무어라 쓰여 있습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교의 스위치'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근원적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비교'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박사는 이러한 자기 평가 동기를 가지고 있을 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태를 가늠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가 느끼고 있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키는 큰가요?
이 질문엔 정답이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키가 큰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 작다고 말할 수도 있고, 평균적인 키를 가진 사람도 더 작은 사람들 무리에 있다면 키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페스팅거 박사는 이러한 비교의 기준을 '사회 비교', '상향 비교' 그리고 '하향 비교'로 구분 지었습니다.
'사회 비교(Social comparison)'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준거로 삼는 걸 말합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 비슷한 사람들 무리 속에서 타인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테스트에서 평소보다 높은 성과를 내었다면 내가 정말 잘한 것인지, 아니면 테스트의 난도가 낮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할 때, 나와 실력이 비슷했던 사람과 비교를 해보면 됩니다. 비슷한 사람들도 함께 좋은 성과를 내었다면 테스트가 쉬웠다고 볼 수 있고, 나만 좀 더 좋은 성과를 내었다면 내가 잘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상향 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과 '하향 비교(Downward social comparison)'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올려다보면 상향 비교, 나보다 못한 사람을 내려다보면 하향 비교가 되는 것인데요. 우리가 대부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양가감정이 생길 겁니다. 그 사람을 보며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동기. 다른 한편으로 질투와 시기 또는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란 자책감이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볼 땐 어떨까요. 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에 감사함이나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헤어 나올 수 없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렇다면 '비교'는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비교의 스위치'는 끌 수가 없습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 우리가 켜 놓고 고정시켜 버린 스위치입니다. 오히려, 그것을 꺼버리면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더 힘들 겁니다.
하여, '비교의 스위치'를 억지로 끄려고 노력하기보단,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메타인지해야 합니다.
메타인지하면 상황을 '해석'할 수가 있게 됩니다. 우리가 '비교'를 하여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건, 그 상황을 '해석'하려 하는 게 아니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저 사람보다 못났어.'
'나는 저 사람보다 잘났어.'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앞서 드린 예에서, 우리의 키는 상대적으로 들쑥날쑥합니다. 못났고 잘났고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잘난 사람 앞에서 나는 작아지고, 못났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꽤 괜찮은 구석에 나에겐 있으니까요. 보다 중요한 건, 잘남을 느낄 때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못남을 느낄 때 부족한 걸 찾아 발전시키는 마음가짐입니다. 즉, 나는 잘났어, 못났어를 '판단'해버리는 게 아니라, 나와 주위를 비교하고 '해석'하여 더 나아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장은 특히나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곳입니다.
나보다 못난 사람이 승진을 빨리 할 수도 있고, 누구보다 잘난 사람이 생각보다 못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패러독스 안에서 매 순간을 '비교'하는 건 스스로에게 주는 스트레스일 뿐입니다. 더더군다나, 그 비교를 기반으로 나를 판단한다면, 하루에도 몇 번을 롤러코스터 타듯이 마음이 요동할 것입니다. 요동하는 마음은 스스로의 행복을 저해합니다.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능입니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판단'하지 말고 '해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석의 결과물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적용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살짝 비밀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는 과거 우리 자신의 '판단'과 '해석'으로 쌓인 존재입니다.
'판단'과 '해석'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해왔는가를 돌아보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판단'과 '해석'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해왔는 가를 돌아보는 것도 '비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