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Nov 29. 2022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그냥 쓰라는 말이 뻔하다고 느껴진다면

무언가를 시작할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춤한다.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용기, 지식, 열의 그리고 이유가 그것들이다.


시작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식'또한 높은 장벽을 구축한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열의'는 뜨겁지만 금세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유'를 모르고 달려들 때 주위 모든 건 방해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핍이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하게 하기도 한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용기'를 내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갑작스레 힘이 불끈 나기도 하고, 알지 못하고 시작했으나 알아가는 과정이 '지식'의 즐거움을 만들기도 한다. 뜨거움만이 '열의'가 아니라 그 온도를 미지근하게나마 꾸준히 이어가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당위성을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나아감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용기, 지식, 열의와 이유가 없어 시작하기 힘들지만. 결국 글을 쓰게 만드는 건 또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이다. 용기, 지식, 열의와 쓰고 싶은 이유가 어우러져 혼란을 만들고 기어이 마음을 요동시킨다.


그러함에도 글쓰기는 쉽지가 않다.

고로, 글쓰기는 용기, 지식, 열의와 이유만으로는 시작되지 않거나 이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정말 글쓰기를 방해하는 아주 강력하고 거대한 장벽은 무엇일까?


첫째, 너무 많은 생각


생각이다.

생각은 글쓰기 소재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을 생산해내는 공장과 같다. 동의하지 않은 채 마구 찍어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주저함은 멈추지 않고 쏟아진다. 많은 생각은 글쓰기를 할 때 필요하다. 고로, 글쓰기 전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쓰라는 당연한 말이 떠도는 이유다.

시작하면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으로 써 나아가면 된다.


그러니까, 생각이 많아 글을 쓰지 못하지 말고.

글을 쓰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글을 쓰지 못하는 101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시작조차 하지 못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단 3가지 이유만이라도 먼저 적어보면 어떨까.


그 자체가 글쓰기의 시작이다.


둘째,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글쓰기는 자기와의 만남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마주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또는 바쁘게 살아가는 척을 하기까지 한다. 또는 쇼핑이나 소비, 술을 마셔가면서까지 스스로와의 만남을 피한다.


나 자신을 마주 한다는 건, 타임머신 영화에 나오는 스스로를 마주하는 패러독스에 감염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일까. 나 자신이란 존재엔 겹겹이 쌓인 과거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움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나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을 마주할 때일 것이다. 내 못난 모습. 내가 했던 후회와 실수를 모두 알고 있는 존재. 그게 과연 누구일까? 바로 '나'다. '나 자신'이다. 그러하니, 스스로를 마주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나를 마주하는 일보다 더 쉽고 재미있는 것들이 세상엔 넘쳐난다.

짧은 동영상을 연달아 보거나,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SNS의 향연은. 굳이 불편한 나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근사하고도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그러나 알아야 할 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마주하면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마주해야 사랑할 수 있다. 돌볼 수 있고, 보듬을 수 있다.


이 세상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 할 존재.

그 존재와 나는 부디 만나야 한다.


두렵더라도.

유쾌하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통한 나를 마주하는 두려움은, 나를 돌아보는 아주 좋은 방법이 글쓰기라는 걸 방증하고 있다.


셋째, 필력에 대한 오해


많은 사람이 글은 필력으로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필력이 없어'라는 단 한 마디로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는 거의 모든 이유를 설명해버린다.


과연 그럴까.

나는 '필력이 있어야 글을 쓴다'라는 말에 격하게 반대한다. 필력을 운운하는 건, 글쓰기에 대한 크나큰 오해다. 글쓰기는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쓰기만 하면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필력'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 내 글을 누군가 보고 비웃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 내가 아닌 남에게 먼저 인정받고자 하는 앞서 나가는 욕심은 누구의 것일까.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나를 위해 하는 것인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우리는 '필력'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필력 따윈 중요하지 않다.

쓰다 보면 피력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필력에 대한 주관적 오해를 버리고 나면, 글쓰기는 시작될 수 있다.




앞서 용기, 지식, 열의 그리고 이유가 우리를 힘들게도 하고 또 기어이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너무 많은 생각. 자신을 마주하는 두려움. 필력에 대한 오해. 이 세 가지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들로 인해 시작이 힘들지만, 사실 이것들로 인해 글을 꾸준히 쓰게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생각은 글쓰기에 분명 도움이 된다.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러하지 못하다면 질문의 정도를 늘려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은, 이내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가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필력은 쓰면 쓸수록. 나를 진솔하게 드러내면 낼수록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만의 필력이 생긴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냥 쓰라는 말이 너무 뻔하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아직도 이 세 가지 이유가 원동력이 아닌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앉아,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나에 대한 것들을 한 자라도 끄집어낼 때. 발목을 잡는 것들은 놀랍게도 내 글쓰기의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 분이라도 더.

나는 이 삶의 진심을 느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가 글을 쓴 이유이자, 앞으로도 계속해서 쓸 명분이기도 하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책 한 권 냈다고 인생 바뀌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