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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5. 2022

글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는 것.

삶도 마찬가지다.

나는 글쓰기의 이유를 매일 자문(自問)한다.

매일 자문하는 이유는 매일 쓰기 때문이다. 매일 쓰는 이유는 매일 숨 쉬기 때문이다. 고로 글쓰기는 내 숨이자, 내 숨은 글이다. 글쓰기가 이처럼 나에게 숨과 같은 존재가 된 이유는 명확하다. 숨 쉬는 존재에겐 삶이 있고, 삶이 있는 자에겐 자아가 있는데. 이 자아를 돌아보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 대필을 하더라도 내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라 함은 내 삶을 말한다.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사실은, 그렇게 글쓰기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삶이 이어진다고 글쓰기도 이어지는 건 아니다.

글을 쓰지 않고도 우리는 숨을 쉴 수 있다. 글쓰기를 하지 않는 모든 존재가 유죄는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유죄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 방임'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다른 이가 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 하여 나는 그들을 기소할 수 없다. 판단할 수도 없고, 형량을 구형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러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글을 쓰기 전까지의 나는 스스로를 방임했다.

유죄였다. 나를 위해 열심히 내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저만치 나를 두고 온 것이다. 내게 주어진 벌은 슬럼프와 번아웃이었다. 그것을 겪고 나서야 나는, 저만치 뒤처져 있던 스스로를 발견한 것이다. 자아를 찾고 싶었다. 그것에 다가가 나는 부축하고 인공호흡하여 살리고 싶었다. 방법이 무얼까. 세상의 온갖 유흥과 자극 그리고 재미는 자아를 살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은 나 자신을 잊게 하는데 더 효과가 있었다. 차분히 앉아,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존재의 고독을 곱씹어야 할 때란 생각이 본능처럼 떠올랐다.


결론은 글쓰기였다.


그러나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배운 적도 없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붙든 이유는 숨을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것에서도 제공받지 못한 산소가 그것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공기가 부족한 자에게, 산소의 냄새는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독한 가스가 코로 스며들면, 어느 틈새로 누구라도 코를 갖다 대는 것처럼.


그때 내 글쓰기의 시작은, '잘'이 아니라 '그저'였다.

잘 쓰려고 하니 멈추었던 글쓰기가, 그저 쓰려고 하니 마음의 수문을 열렸다. 그 수문으로 토해져 나온 것들은 어마어마했다. 내가 이러한 것을 마음에 품고 있었나를 의문할 정도로. 그것들을 내어 놓는 순간. 나는 그동안 쉬지 못했던 숨을 몰아 쉴 수 있었다. 아, 나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존재였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글을 잘 쓰려는 욕심이 없다.

그저 쓴다. 그저 쓰다 보면 잘 쓴 글도 나온다. 그저 쓰다 보면 책도 나온다. 그저 쓰다 보면 여러 콘텐츠가 나오기도 한다. 그저 쓰는 것에 대한 힘을 믿는 이유다.


그래, 그렇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쓰는 것에 대한 힘이다.


잘 쓰려는 글엔 없는 힘.

그저 쓴다는 건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기 방임'의 시간을 거쳐 '자기 회해'를 한 자의 깨달음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지혜다.


고로, 글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는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잘 살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 잔뜩 힘을 주고 살 필요가 없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그저 살다 보면 잘 사는 때가 온다고 나는 믿는다. 그 시기가 언제일까. 글을 쓰는 순간. 바로 그 때다. 나와 마주하는 순간. 바로 그 때다. 나에게 있는 것. 내가 느끼고 있는 것. 나를 숨 쉬게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 바로 그 때다.


글쓰기는 삶쓰기라는 걸.

잘 쓰고 잘 살기보단, 그저 쓰고 그저 살아야 한다는 걸.


나는 오늘도.

다시 한번 더 깨닫는다.


글쓰기를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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