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한 마디로 정의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불친절 마케팅 개론의 서막

by 스테르담
상경계가 아니어서
슬픈 존재여


'문송'.

'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힘든 취업 상황을 나타낸다. '인구론'이란 말도 있다. '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란 말이다. 이는 '상경계'와 '이공계'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취업전선에서 배제되는 인문계열의 밝지 않은 현실을 담은 비유다.


갑자기 가슴 아픈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나는 어느 대기업 서류전형에 합격하여 1차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면접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그러나 2차 면접을 위한 부름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차 면접자 중 '상경계열' 학생들만 추려내어 별도 연락이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들러리였던 것이다. 나는 '문송'이었으니까. 심리학을 전공한 나는, 당장 실무에 투입될 가치가 없다는 선고를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심한 복수를 하자면 그 회사를 가지 않은 것에, 아니 합격하지 못한 것에 나는 안도한다. 그 회사는 25년 전 그 이후부터 내내 헐떡이고 있다. 경영상황이 어느 한 때라도 좋은 적이 없다. 잦은 합병과 비리로 얼룩져 몇몇 계열사가 명맥만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체리피킹 하여 데려간 '인재'로 가득한 그 회사는 왜 그리 고전하고 있는 걸까?


상경계가 아니어서 슬펐던 존재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나요?


삶은 참 재밌다.

문송이어서 차별받았던 내가. 체리피킹 당하지 못했던 내가. 마케팅에 대한 그 어떤 지식도 없던 내가.


나를 걸러냈던 그 회사보다 더 크고 좋은 곳에서 20여 년 간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

인재로 발탁되어 회사 지원으로 MBA도 공부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 강의는 물론 사내/ 사외 강사로 마케팅 강의를 한다. 지금은 해외 주재원으로 부임하여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현장에서 유감없이 실력 발휘하고 있다. 주재원 생활도 벌써 두 번째다. 한국 회사지만 다양한 국가와, 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업무를 통해 나는 날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는 책 속에서 마케팅을 깊이 공부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뼛속 깊이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MBA를 공부해보니, 오히려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개념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 만약 누군가 MBA를 공부하고 싶다면 충분한 현장 경험을 쌓은 이후에 공부를 시작하라 말하고 싶다. 실제로, 권위 있는 학교는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입학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실, '마케팅'이란 말은 참으로 추상적이다.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에게 묻고 싶다.


"마케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나요?"


나는 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게.


그러나 지금 당장 그 답을 내어 보이진 않을 것이다.

수 십 년에 걸쳐 몸소 배운 것을 단 몇 분만에 발설하면 내가 좀 허무할 테니까. 아니. 사실, 그보단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전달하는 것이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더 가치 있게 다가갈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진정한 마케팅의 의미를 알려면, 기존의 관념을 깨야 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마케팅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간혹, 취업 면접관으로 참여를 하면 나는 상경계열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마케팅을 한 문장으로 말해보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한 문장으로 그것을 대답한 사람이 없다.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들이 그 대답을 못하는 것에 나는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이해는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마케팅'이란 말은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또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단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교육을 탓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경험을 통해 배운 진리를, 마케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불친절 마케팅 개론


이제 나는 마케팅 개론을 펼칠 것이다.

친절하지 않게. 이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고정관념을 깨고 시각을 달리하려면 친절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친절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이것은 마케팅을 잘 모르고 있던 과거의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글쎄. 양자역학의 개념으로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내 이런 뜻이 과거의 나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조금 더 일찍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 삶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케팅 개론이다.

모든 마케팅의 기본이 될 것이다. 마케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도 못하면서 소위 마케팅 전문가라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종이다. 그들도 이 글을 숙독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보면 그들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음알음 배운 걸 토대로 겉멋만 든 마케터들보단, 자신의 모름을 인정하고 기초를 쌓아가는 사람이 더 강하고 길게 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친절하지 못함엔 양해를 구하나,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전달할 것에 대해선 자부심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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