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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7. 2022

MBA는 더 비싼 밥을 먹게 해 줄까?[Part.2]

MBA를 통해 배운 것들

Part.1 글 참고


현업이라는 실습
MBA라는 복습


대리시절 MBA를 공부할 자신과 배포는 없었지만, 대신 현업에 집중하겠다는 자기 합리화를 발동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니, 오히려 (나에겐) 좋은 선택이었다. MBA스터디를 포기한 지 15년 만에 나는 그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회사의 지원으로 말이다. 15년 동안 산전수전 겪으며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리로 습득한 모든 것들은 돈을 받으며 배운 역량이 되었고, 그 역량을 MBA로 복습할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복습은 또 다른 지식을 낳는다.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떠올려 주거나, 또 다른 경험과 지식이 융복합되어 시너지로 폭발할 수도 있다.


미국 유학 MBA를 진학하는 학생들은 보통 5~6년의 직장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만약 대리 시절 MBA를 운 좋게라도 갔다면 나는 경력에 한 참 못 미쳤을 것이다. 얕은 경험과 지식으로 책 속의 마케팅을 배우며 머리만 채웠다면 어땠을까. 머리에 채워진 지식들로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론과 실제가 다른 괴리감에 나는 또 괴로워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후자 쪽이지 않을까 한다. 유명 MBA가 학부생을 바로 받지 않는 이유다. MBA는 학문이라기보단 실전이기 때문이다. 고정값이 아니라 변화하고 진화하는 실제다.


MBA는 예습이 아니다.

MBA는 복습이어야 한다.


현업에 매진하자고 했던 그 결심을 나는 스스로 높이 산다.

MBA를 공부하는 이유도 현업으로의 복귀를 전제로 한다. 실전에서 써먹지 못할 거라면, 또 실전에서 그 가치를 증명받지 못한다면 MBA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돈과 시간이 남아돌아 졸업장 하나가 절실하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그러한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MBA를 처절하게 실전에서 활용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현업이라는 실습을 통해 MBA라는 복습을 한 건, 내게 있어 큰 행운이다.


MBA를 공부하며 배운 것들


MBA를 통해 배워야 할 건 그 이름을 통해 유추해낼 수 있다.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전반적인 경영관리에 대한 것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일 수 있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실전과 실무 복습으로는 최고다.


MBA를 최고의 복습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는 MBA를 통해 배운 것과도 상통한다.


첫째, (내 일의) 퍼즐이 맞추어진다.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을 보면 전체 그림을 떠올릴 수 없다.

일전에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벽돌 쌓는 겁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MBA를 공부하고 나니 이제는 "집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조직과 회사, 더 나아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는 것을 말한다.


경제, 경영, 마케팅, 광고, 전략, 조직, 인사, 벤처, 회계 그리고 전반적 관리까지.

모든 과목 하나하나가 나에겐 퍼즐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퍼즐과 가지고 있지 않았던 퍼즐. 그 하나하나를 끼워 맞추어가다 보니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그저 누가 시킨 벽돌 쌓기가 아니라, 스스로 집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퍼즐이 맞추어지면 큰 그림이 나타난다.

알지도 못하고 퍼즐부터 맞추는 것과, 그림을 인지하고 그것을 맞추어 가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둘째, 현업을 복습할 수 있게 된다.


MBA의 가장 큰 가치는 여기에서 온다고 믿는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재정의가 된다. 직장인은 대개 자신의 일이 그저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한다. '반복' 때문이다. 반복은 지혜의 눈을 멀게 한다. 그저 반복되는 것으로 보면 나는 출근하여 엑셀 돌리고, 회의 갔다가, 욕먹고 보고서 쓰는 것 이상을 하지 않는 존재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우리는 '반복'이라는 무한 루프에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장인은 마치 벌 받는 시시포스처럼 영원히 굴러 떨어진 돌을 밀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우리는 직장을 더 다니고 싶어도 그러하지 못하는 날이 분명 온다. 즉, 우리는 '무한'이 아닌 '유한'에 갇힌 존재라는 것이다. 굴러 떨어진 돌을 또 밀어 올려야 하는 건 맞지만, 이것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관점이 달라진다. 같은 돌이라도 어떻게 밀어 올려야 할지, 어떻게 하면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것을 밀어 올려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일은 그저 지겨운 무이 아니라, 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복습'의 의미가 된다.

근육은 반복을 통해 단단해진다. 역량은 반복을 통해 향상된다. 암기는 반복을 전제로 한 능력이다. '반복'을 '복습의 기회'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MBA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복습의 기회'로 만들어 주었다.


셋째, 오너십을 가지게 된다.


'주인의식'이란 말은 모든 직장인의 치를 떨게 한다.

"주인 의식 가지라면서요. 그럼 주인에 상응하는 월급을 주거나 대우를 해주세요!"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런데 여기엔 달갑지 않은 전제가 하나 있다. 회사는 '주인', 나는 '머슴(또는 노예)'라는 로직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글쓰기와 MBA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머슴과 노예로 비하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그러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급이 성에 차지 않아서 그렇지 나와 회사는 엄연한 '계약 관계'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역량이 조직의 역량이고, 조직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다. 이 무슨 회사 편과 같은 말이냐고 반박할 사람이 수두룩하겠지만, 단언컨대 나는 '회사 편'이 아니라 철저하게 '내 편'이다.


내가 정의하는 '주인의식'은 '내 주인인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스스로의 책임감'이다.

주인이 누군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월급은 '받는 것'이 아니라 '버는 것'이다. '주인'이라는 주어를 재정의 해야 한다. 다름 아닌 '나'를 위해서.


MBA를 통해 그렇게 나는 오너십을 가지게 됐다.

MBA는 전반적인 경영을 관리하는 공부이므로, 경영자의 관점에서 내 일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한한 직장생활 이후에 '내 일', '내 사업'을 하게 될 때 필요한 역량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러한 관점으로 내 일을 바라본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니라서 그렇지, 일종의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언젠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경영자가 될 것이니까 말이다.




이 외에도 배운 것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배움의 열매는 내가 현업에 뿌린 씨앗에서 피어올랐다고 나는 자부한다.


뭣도 모르고 MBA를 일찍이 가지 않았다... 못했다...라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더불어, 나와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이나 또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커다란 자극이 된다. 반대로, 내가 지겹도록 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전문 영역이며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기도 한다.


MBA는 '메타인지'라는 선물을 주는 것이다.

이는 내가 글쓰기를 통해서도 받은 선물이다. 글쓰기를 통한 메타인지가 자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MBA를 통해 얻은 메타인지는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역량에 적용된다.


그래서,
MBA는 더 비싼 밥을 먹게 해 준 걸까?


결론은 '그렇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밥도 가치 있게 먹을 줄 알게 되었다. '비싼 밥'의 정의는 무엇일까. 비싸기만 하다고 모두에게 좋은 음식은 아니다. 반대로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 어느 정도는 그 질을 보증할 값을 매겨야 한다. 내 업무 역량은 더 발전했고, 스스로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현업의 실습과 MBA의 복습을 통해 다시금 현업에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 물론, 갈 길이 멀다. 그러함에도 두 번의 해외 주재와, 급여의 상승 그리고 그 이상의 기회들을 마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MBA는 내게 큰 도약의 기회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MBA를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적극 추천할 것이다.

단, MBA가 복습이 될 수 있는 그때에 도전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하지 않으면 나는 반대로 말리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그렇게.

나는 약 2년여간의 공부를 마치고 'With Honors'라는 우수 성적으로 MBA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걸 나는 직감했다.

MBA는 복습이자 또 다른 시작. 그것의 토대를 이루는 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


이것이 내가 스스로 깨우치고 배운 MBA의 가치다.


With Honors와 함께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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