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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4. 2023

호칭이 없어지면 직장인은 행복해집니까

직장인의 행복은 각자가 챙겨야 하는 숙제이자 의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직급이 사라지는 추세다.

회사 내 직급 호칭을 없애는 분위기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부터였다. 20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는 나 또한 이제 부장으로 불리지 않는다. 더불어, 앞으로 또 어떤 호칭으로 불릴지 사뭇 궁금하다. 아니, 또 다른 호칭은 아예 없어지고 이름 석자로만 불리는 게 아닐까.


직급 호칭이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수평적 조직 문화로의 변화 때문이다. 직급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을 때 조직은 경직되어 있었다. '경직'은 닥치고 성장할 때 필요한 무엇이었다. 저기 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달려가야 하였으므로, 누구 하나 토를 단다거나 혼자만 'No'를 외칠 순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경직적 조직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공식이 통하던 성장의 시대가 아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사업 환경의 변수로 인해 조직 또한 유연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격이 무시되고, 이유도 모른 채 상명하복 하던 시절은 이제 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둘째는 경제적 이유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회사의 방침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업들이 하나, 둘 호칭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어 있다. 1960년대 9.5%, 1970년대 9.3%, 1980년대 9.9%의 성장률을 보이던 우리나라는 1999년 IMF의 아픔을 이겨내고 11.5%라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루어냈다. 당시 세계 경제 성장률은 3.3%였던 걸 감안하면 그 속도와 규모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호칭을 검토한 2000대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1%였다. 이게 우연일까? 아니다. 계산된 필연이다. 지급 호칭은 회사 입장에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호봉제와 같은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피라미드 구조는 조직 문화의 경직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 '돈맥경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인건비가 기업 기업 경쟁력의 주축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월급 받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정이지만. 그래서 요즘은 진급을 해도 월급이 그리 크게 뛰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를 달리하여 들어온 사람들이 직급이 다른 선배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역전 현상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셋째, 소통 활성화를 통한 권한 위임을 위함이다.

젊음과 오픈 마인드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에선 대표도 이름으로 불린다. 왠지 '제임스'나 '마크'라는 이름이 많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경직된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보고 체계에 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결제를 받아야 하고, 이 결제를 받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말 몇 마디로도 끝나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관료주의와 경직된 조직 문화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기존의 직급 체계에 굳어진 회사라면, 각 직급에 있는 사람들의 업무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마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호칭이 없어지만 이러한 간극은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언어는 생각의 감옥 아닌가. 우리가 부르는 것들이, 단어 그 자체가 경직되어 있으면 마음의 경직도 그에 비례한다. 호칭을 편하게 하면, 보고를 하더라도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Empowerment(권한위임)'를 기반으로 한 소통 활성화는 호칭 삭제의 순기능이니까.




호칭이 싹 사라지고 나면.

그래서 직장인은 행복해질까.


맥 빠지는 이야기이겠지만, 호칭이 없어짐으로 인해 직장인이 더 편해질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차피 아침 알람은 성가시고, 몸은 무거우며 출근은 여전히 힘들 것이다. 오히려, 가벼워진듯한 조직 문화에 젖어 들어 일을 가볍게 하다가 화들짝 할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복지나 조직 문화의 개선은 나라는 사람의 '개인적 행복'을 위함이 아니다. 행복을 느껴 일을 더 잘하란 차원의 배려다. 그러니까, 회사의 성과를 더 높이기 위한 수단이 바로 복지이자 조직 문화의 유연성을 꾀하려는 이유다. '생산성 향상', 그것이 주된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라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거나, 오히려 역으로 권위주의에 빠져 일을 그르치는 착각을 피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회사의 변화는 성과를 자아내기 위한 전략이다. 예전에 그 수단과 전략이 경직되고 강제적인 무엇이었다면, 이제는 완화되고 부드러운 무엇이다. 그러나 그리하여 회사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또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조직은 변화될지 모른다.


행복은 호칭을 없앰으로써 오지 않는다.

직장인의 행복은 각자가 챙겨야 하는 숙제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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