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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20. 2023

업무는 대결이 아니라 앙상블이다

잘 이기는 사람은 잘 싸우지 않는다.

배우 조정석 씨가 한 예능에 나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상대 배우들이, 조정석 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한다고 하자 그가 한 말이다.


"연기는 대결이 아니잖아요. 앙상블이라 생각해요."


순간, 직장에서의 업무와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러네. 나는 업무를 '대결'이라 생각하고 있었네. 그간 곪고 터지고 아웅다웅하고 갈등을 겪던 편하지 않은 시간들은, 나 스스로가 업무를 '대결'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그것들이 잘 되려면 많은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저 그런 대본이나 연출을 살릴 수 있는 것도 그들의 몫이자 역량이다. 스스로가 잘났다고, 내가 돋보여야 한다는 추구는 분명해야 하는 것이나 그것이 '조화'가 아니라 '대결'이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비벼지지 않는 비빔밥이나, 섞이지 못하는 요소들처럼.


한 작품의 시청률과 흥행이 그들에게 목표인 것처럼, 회사라는 조직 또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성과. 그를 위한 목표. 그 목표를 위한 조직. 조직을 이루고 있는 개개인이라는 구성원. 직장은 각자도생의 정글이므로, 개인기와 자기 보호를 발동해야 함이 맞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모든 순간이 대결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조직은 각자의 업무의 합이 전체 또는 그 이상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단위다.

각자의 역할이, 그리고 연기가. 전체 작품의 성과를 좌우하는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주연과 조연이 오가고. 연출과 스탭이 묵묵히 그러나 각자의 역량을 끌어올릴 때, 흥행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직장엔 그저 자신이 매일 주인공이어야 하는 사람이 있고, 전체는 무슨... 아생연후(나 살고 보자...)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허드렛일은 죽어도 하기 싫고, 심지어는 아예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각자의 욕구가 첨예하게 대립되면 모든 업무는 '대결'이 된다. 앙상블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나는 '대결'과 '앙상블' 사이를 오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스스로도 대결 구도를 만든 적도 있고, 앙상블을 이루어낸 적도 있다.


중요한 건.

세상은 이분법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그 안엔 '대결'과 '앙상블'이 오간다. 이걸 깨닫는 사람과 그러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전자는 그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맞출 줄 알게 되고 후자는 한 번 삐치면 더 유치해지는 유아적 캐릭터로 변모한다.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내 업무 영역과 타인의 업무 영역까지 그 역량을 확대한다.

그러하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해야 할 일까지만 딱 끝내고, 이것이 팀과 조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는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끝낸 그 일도 제대로 해낸 것도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허점 투성이인 경우가 많고, 그에 대한 질문을 한 번만 더 깊게 하면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내지는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을 늘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는 '대결'이 아니라 '앙상블'이다.

앙상블을 이뤄내기 위한 대결은 용인이 된다. 그러나 대결을 위한 대결은 개인과 조직에 털끝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주위 사람들은 업무를 '대결'로 여기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조화'로 승화하는 사람들인가.

아니, 나는 그 둘 중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는 있는 것인가.


업무를 '대결' 아닌 '앙상블'로 받아들이며 일을 하게 되면.

전과 다른 놀라운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꼴 보기 싫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람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내 역량이 올라간다는 걸, 그리 쉽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 업무와 그 사람 업무의 합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전체 성과가 될 것이니 말이다.


잘 싸우는 사람은 잘 화내지 않는다.

잘 이기는 사람은 잘 싸우지 않는다.


이제부터 나에게.

업무는 더 이상 '대결'이 아닌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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