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존재의 무한한 의지
'가치'란 말 앞에 골똘할 때가 있다.
사람이나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값이나 쓸모. 추구하는 대부분이 가치라는 범주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 걸 보면, 우리는 스스로 또는 타인이라는 존재의 값어치와 쓸모를 늘 재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향하는 가치에 대한 질문은 '자기 효용감'의 다른 이름이며, 타인이나 사물에 대한 그것은 나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에 대한 '판별 효용감'이다. 내가 얼마나 쓸모 있느냐에 대한 자각과, 나에게 저 사람이나 사물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풀 수 없는 셈법에 우리는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라는 가치를 놓고 볼 때, 그것을 더 드높이는 건 바로 '불변(不變)'이란 단어다.
'가치' 앞에 '불변'을 갖다 놓으면, '불변의 가치'란 묵직한 말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변'에 큰 가치를 둔다. 그뿐만이 아니라, 희망을 엎고 절대성을 부과한다. '불변의 가치'는 '절대적 가치'와 상통한다. '절대성'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 '불변의 법칙', '절대적 가치'가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가치'란 말 안에는, '상대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치가 가지는 본질은 '값'이나 '쓸모'라고 말했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상대적인 것이어서 오히려 '절대적 상대성'이라 말하는 게 맞다.
나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을 수 있을까?
남에게 좋은 모든 것이 나에게도 늘 좋을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만 원과, 노숙자에게 주어진 만 원이 같은 값어치일까?
지루한 오늘 내 하루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느 한 환자의 하루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다시,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일까.
아니,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있을 수 있는가?
결론에 이르러, 나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세상도, 사람도. 가치도 의미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없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어쩌면 우리네는 그토록 '불변'을 추앙하는지도 모르겠다. 영생을 갈구했던 사람들의 바람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사랑도. 모두가 변하기 때문에 희로애락이 창궐하고, 그 안에서 삶이란 기쁨과 슬픔을 여지없이 정통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
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의 숙명.
변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에 불변을 바라는 존재의 운명은 안쓰럽지만.
그럼에도 불변하는 가치를 추구하려는, 유한한 존재의 무한한 의지는 높게 살만하다는 생각이다.
그 의지가.
나에겐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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