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 사보에 기고된 글입니다.
논리와 이성에 감춰진 감정이라는 폭탄
직장은 논리와 이성이 첨예하게 맞서는 곳이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그래서 자네 논리가 뭐야?"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각 부서 간 업무 협조를 구할 때에도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논리가 없으면 누구든 수긍하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은 자칫 과오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순간이라도 감정을 내세우면 직장인은 말 그대로 '하수' 취급을 받는다. 너무 화내도 안 되고, 또 너무 기뻐해서도 안된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은 이러한 특성을 잘 나타내어주고 있는, 직장인에게 있어선 진리와 같은 조언이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순 없다. 감정은 희로애락 모두를 아우른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인류는 감정에 의존해 살아왔다. 최초의 감정은 '공포'였다. '생존'을 위해서다. 원시시대 때를 떠올려보자. 맹수가 나타나면 불현듯 생겨난 공포라는 감정이 사람을 도망치게 했다. 그러나 문명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고 논리와 이성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논리와 이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직장생활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논리와 이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직장이란 곳은 사실 오히려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곳이 아니다. 왜일까? '직장'이라는 조직과 시스템은 논리적일 수 있겠지만, 그것을 이루는 구성원은 모두 사람이며, 앞서 말했듯 사람은 모두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질인 감정이라는 변수는 논리와 이성을 비집고 튀어나와 서로 간에 '엇박자'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 '엇박자'를 '갈등'이라 부른다. 갈등은 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직장생활의 힘듦은 이것으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감정'이라는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 지옥이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고로,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직장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더 되새겨야 할 때다.
'감성'은 '감정'을 잘 다룰 줄 아는 능력
감정은 우리의 영혼은 물론, 논리와 이성을 압도한다.
감정이 개입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질 정도다. 어쩌면 논리와 이성도 합리적으로 결정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일을 잘할 수 없을뿐더러 능력도 인정받지 못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상사는 물론, 후배 직원의 감정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세상이다. 아무리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해도,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면 상사는 '악마'로 변하고, 후배는 '반항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유관부서는 나의 요청에 절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성과 논리뿐만 아니라 감정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잘 받아들여 대응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감성'이다. 유사한 듯 보이지만 감정과 감성은 다르다. '감성'의 사전적 정의는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감각적 자극이나 인상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라는 것을 볼 때, 그러니까 '감성'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능력'인 것이다.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일 잘하는 법
감정을 잘 다룰 줄 안다는 건, 내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포함한다.
즉, 내 감정을 잘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의 감정도 헤아리는 게 필요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려 한다. 지금 우리는 유관부서로부터 급하게 회신 하나를 받아야 하는데, 답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으로 일할 때 나는, 상대방인 당신이 얼마나 회신에 늦었고 또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를 들이대기에 급급했다.
즉, 내 감정이 상했으니 네 감정도 상해보라는 방식으로 재촉했다. 그러면 상대는 아예 답을 뭉개거나, 회신을 하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메일엔 단 한 톨의 영양분도 없었다. 결국,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답을 받은 적은 극히 드물었다.
이를 감성적으로 헤아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상황에서, 이제 나는 상대방을 나무라지 않는다. 바빠서, 깜빡해서...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며 상대방의 사정을 먼저 헤아린다. 빨리 회신하라고 닦달하기보단, 그 부서에서 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이니 바쁘더라도 꼭 조언을 부탁한다고 정중하게 말한다. 필요한 경우엔 음료수 하나를 들고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더 회신의 필요성을 잘 설명한다.
확실히, 회신율이 높을 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자료나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받아내게 되었다.
상대방이 내 커뮤니케이션을 받으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해 봐야 내가 더 얻을 건 없다. 감사의 메시지를 넣고, 답이 늦은 것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많이 바빠서 보내지 못했을 거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말을 넣어 보자. '전문적'이란 말과 '조언'이란 말을 써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부심'을 유도해 보자.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는 것이다.
물론, '감성으로 일하기'는 논리와 이성을 갖출 때 더 빛을 발한다.
기본은 지켜야 한다. 그에 더해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세심히 살피면 감성으로 일하기가 자연스러워진다. '갈등'은 줄어들고, 커뮤니케이션의 '질'은 향상된다.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일하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논리와 이성은 기본적으로 갖출 것.
둘째, 상대방과 나의 감정을 소중히 여길 것.
셋째, 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킬지에 대해 입장 바꿔 생각할 것.
넷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나의 어법이나 어투는 어떠한지 체크할 것.
다섯째, 사람들이 나를 '매력적'으로 볼 수 있게 자신을 마케팅할 것.
여기에 더해 생일 알아주기, 예상치 못한 커피 한잔 선물하기, 상대방이 어려울 때 먼저 도움주기 등을 평소에 실천해 보면 감성으로 일할 때 얻는 게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감성으로 일하기'는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일이자 나의 능력이라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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