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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07. 2023

#6. 바보 같은 우직함

때론 무식이가 유식이를 이긴다고...

- 유퀴즈 '한호용 홈쇼핑 모델의 말' -


홈쇼핑에서 먹방을 잘하려면, '음오아예'만 잘하면 된다.
이는 모든 것에 해당한다. 음식뿐 아니라 어떤 제품에도 다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그가 다양한 제품으로 '음오아예'란 감탄사를 연발할 때, 그것을 보는 나는 모두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효용을 따지기 전에, 그의 노력을 그 찰나에서도 찾아내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로 인한 내 웃음은 가볍지 아니했고, 다소 무거웠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무엇은 아니었다.


그러다, 그의 어느 한마디 말에 나는 예능을 보다가 심각한 사색에 빠졌다.


"때론 무식이가 유식이를 이긴다고..."


연극과 연기 분야에서 전전긍긍하다가, 그에게 다가온 홈쇼핑 모델 제안.

시작과 함께 발동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성실히 일에 임해보자고 결심했다. 수를 쓰지 않고, 성실함과 진정성으로 그 일에 도전한 것이다.


우리는 때로 유식하면 잘 해낼 것이란 착각을 하곤 한다.

내 영리함이 모든 일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착각. 또는 내가 유식하면 모든 걸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 그러나 때론 유식보단 무식이, 머리보단 마음이라는 진정성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다.


바보 같은 우직함.


그렇다.

지금 나에겐 그것이 있는가. 유식하기만을 바라다 오히려 더 바보가 된 적이 더 많다. 반대로, 바보가 되기를 자처하고 우직하게 나아갔을 때, 나는 성공한 적이 더 많다는 걸 떠올리게 되었다. 꾸준함은 우직함에서 오고, 우직함은 이것저것을 재지 않는 바보 같은 결심에서 온다.


꾀를 부리거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적이고도 대세적인 흐름이다.

빨리, 그리고 서두르지 않으면 바보 같이 보일 수밖에 없는 세상. 그러할수록 나는 무식이를 더 떠올리려 한다. 서두르려는 마음은 많은 것을 그르친다. 무엇보다, 나라는 자아를 자꾸만 희미하게 만든다. 희미해지는 자아만큼 부질없는 것은 없다. 무언가를 이루고도 공허한 건, 그때에 '나'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열심히 뛰었는데, 정작 나라는 존재는 없는 아이러니.


좀 더 바보 같아져야겠다.

좀 더 우직해져야겠다.


꾸준함은 그 둘에서 피어난다는 걸, 예능을 보다가 문득 깨닫고는 다소 무겁게 웃었지만 커다란 걸 얻고는 마음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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