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그저 그런 때가 있다.
그저 그런 하루의 끝엔 여지없이 그저 그런 내가 있다.
그저 그렇다는 말은 무엇일까.
좋지도 싫지도 않은 상태. 보람차지도 그렇다고 욕을 할 순 없는 하루. 무언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체적으로 합을 해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개운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
그저 그런 하루가 나를 그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그저 그런 내가 그저 그런 하루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때때로 돌아보면, 그 어떠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 때가 있다.
또 다른 날은 어떻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겠냐고 자기변명과 위로를 해보기도 한다.
내 삶의 매 순간이 매일 빛났던 건 아니다.
빛났던 날보단 그러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았고, 늘 빛나지 않는 날이 반복되었다고 하더라도 꾸역꾸역 삶을 살아내었다. 삶은 살아가기도, 살아내기도 한다. 내가 삶을 주도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멱살 잡혀 삶에 질질 끌려가는 날도 허다하다.
그저 그런 하루가 나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내일은 그저 그런 하루가 아닐 거라는 희망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역시나 오늘과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하루로 마감할 것이라는 절망을 주려는 것일까.
큰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각오와 다짐을 묻는 인터뷰를 간혹 본다.
그것은 마치, 내일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내가 나에게 묻는 질문과도 같아 보인다.
"내일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까. 떨리지 않습니까. 긴장되지 않습니까?"
"저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 랭킹 1위의 선수들에게, 어떤 생각으로 이 훈련을 하느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선수들의 답은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하는 거라는 대답.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짤막한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회와 같다.
메달을 딴다면 반짝이는 하루가 되겠지만,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면 반짝이지 않는 하루가 되겠지. 그러나 대회는 계속될 것이고, 자포자기하지 않은 사람에겐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는 삶의 빌어먹을 메커니즘은 때로 나에겐 용기를, 때론 나에게 절망을 가져다줄 것이 뻔하다.
용기와 절망이 무한 반복되는 삶이지만, 절망보다는 용기와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맛보려고 노력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유는 모르지만, 우리는 등 떠밀려 오늘이라는 대회에 참여를 하고 있고, 내일이라는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전적 몇 승, 몇 패, 몇 무.
과거가 가져다주는 확률은 오늘과 미래의 전적을 예상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스포츠의 백미는 예상할 수 없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또한 지나간 확률은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그저 그런 하루의 끝에서.
오늘 하루를 톺아보고, 내일 경기에 임할 각오와 전략을 다시 세워보면 어떨까. 이 한순간이 그저 그랬던 하루를 180도 의미 있는 하루로 마무리 지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저 그런 하루가 가져다주는 커다란 의미를, 그러니까 일상이라고 흘려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보듬어 그 안에서의 특별한 의미를 찾아보면 어떨까.
그저 그런 날은.
연금술(鍊金術)의 가장 소중한 재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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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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