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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3. 2023

현금을 쓰면 보이는 것들

9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의
처절한 몸부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욜로'와 '플렉스'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

티끌 모아 티끌이라면 아끼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단, 당장 눈앞에 놓인 삶을 즐기자는 이데올로기의 힘이었던 거야. 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소위 말해 요즘 세대로 대변되는 MZ들의 소비문화의 변화를 보면 참으로 변화무쌍해. 자본주의 역사를 보 볼 때, 우리는 이미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어. 성장의 우상향은 꺾인 지 오래고 여기에 팬데믹과 금리인상, 물가의 변동으로 인해 경제에 있어선 정답이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지.


수입은 예전과 같지 않고, 물가는 오르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욜로'와 '플렉스'가 멈추고 '냉장고 파먹기'와 '무지출'을 해야 하겠지. 인터넷과 커뮤니티에 능한 요즘 세대답게, '거지방'이라는 것도 생겨났어. '거지방'은 오픈 채팅방에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매일 자신의 지출 내역을 공유하고 큰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 꼭 필요한 지출인지를 사람들에게 허락을 받고 지출하는 곳을 의미해. 서로가 감시자가 되어 소비와 지출에 대해 자극을 주는 거지. 경제적 어려움도 어느 정도의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요즘 트렌드가 안타까우면서도 대견하기도 해.


물론, 이는 비단 요즘 세대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야.

자본주의 특성상, 빈부 격차를 고려할 때 일부 사람들을 제외 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자 현실이지.


현금 챌린지가 활성화된 이유


자, 여기서 더 발전해서 나온 또 다른 챌린지가 있어.

그런 바로 '현금 챌린지'야. 지출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 신용카드보다는 쓸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드는 현금 사용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거야. 지금 당장 SNS에 '현금 챌린지'를 검색해 봐. 수 십만 개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데, 매일 매주 매달 단위로 지출할 예산을 미리 정하고 현금으로만 생활하는 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불필요한 충동을 막고 절약과 계획 소비를 습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어.


실천하는 방법은 간단해.

먼저 식비, 생필품, 각종 세금, 취미 등 품목을 정해서 바인더에 적어 놓고 각각 예산을 정해두는 거야. 그리고 현금을 바인더 품목별로 넣어둔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남은 돈은 저장해 두면 되지. 그때그때 현금을 사용하면서 돈이 줄어드는 걸 직접 확인하고 상황에 맞게 소비를 하게 돼. 이렇게 절약해서 남는 현감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며 성취감을 이끌고, 이런 성과를 SNS에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방법을 참고하며 소통하는 '거지방'과 같은 또 다른 놀이 문화가 되어가는 거지.


지갑 열기가 무서운 요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이 현금화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어.


숫자에 불과한 건
나이만이 아니다.


아빠는 지금까지 나온 절약에 대한 많은 챌린지 중, 이 '현금 챌린지'를 가장 지지해.


자본주의와 디지털 시대가 맞물려, 우리 수중엔 현금이 별로 없어.

부동산을 제외 한 현금은 대부분 은행 앱 속 숫자로 존재하고 있지. 여기에, 지금 결제하여 사고 싶은 걸 받고 나중에 결제를 하는 신용카드의 등장과 그 시스템에 의해 소비 습관이 뒤죽박죽이 되었기에 이제 '돈'은 '숫자'에 불과해지고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속에서, '숫자'란 말은 가능성을 염두한 긍정적인 의미이지만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란 말은 우리에게 있어 돈과 소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부정적 의미가 더 커. 돈이 숫자로만 변환될 때, 인격은 말살되고 시간과 정성 그리고 노동의 의미는 점점 더 무감각해지지. 노동보다 자본에 의한 수입 속도가 더 빨라진 요즘 시대엔, 정말로 돈은 숫자로만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야.


이러한 무감각은 사람들을 소비에 허덕이게 만들어.

잠시 스쳐가는 월급, 분명 이전보다 수입이 늘었는데 항상 얼마만큼 모자란 돈.


백화점에 창문과 시계가 없는 이유.

카지노에서 현금이 아닌 칩을 사용하는 이유.


돈을 숫자로만 보이게, 그래서 무감각한 소비를 하게 만들려는 의도인 걸 알아차려야 한다.


현금을 쓰면 보이는 것들


한때 아빠가 주식 투자를 너무나 쉽게 한 적이 있어.

초심자의 행운에 기대어, 아주 쉽게 돈을 투자한 거야. 처음 시작한 금액은 수 십만 원이었지만, 어느새 그 돈은 억 단위로 올라갔어. 정신 차리고 보니 숫자 뒤에 '0'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나 있었어. 만약, 아빠가 이 돈을 현금 다발로 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큰 투자를 하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더 신중하게 종목을 골랐겠지. 다행히 손실 없이, 정신을 차린 후 얼마간의 수익을 얻고 나오긴 했지만 다시는 그렇게 무모하게 숫자 '0'을 늘려가진 않겠다고 다짐했어. 그래서 아빠는 지금도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때, 성급하지 않게 머릿속으로 현금을 떠올리며 투자/ 소비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어.


너희는 지금 신용 카드가 없기 때문에,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엄마 아빠가 주는 용돈을 잘 관리해라. 깨끗하게 차곡차곡, 돈을 관리해라. 동전 하나도 허투루 놓지 마라. 한 군데 돈을 모아 놓아라.


현금을 쓰면 줄어드는 게 당장 보인다.

현금을 쓰면 돈에 대한 감각이 살아난다.

차곡차곡 쌓이는 현금을 보면, 소비엔 신중해지고 더 모으고 싶다는 목표 의지가 생긴다.


돈에 대한, 소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건 아닌지 철저히 자신을 돌아봐라.

나중에 너희가 자라, 은행에 숫자로 꽂히는 월급이나 수입 그리고 신용카드로 물건부터 얻게 되어 도파민이 분출되는 소비를 하게 될 때. 지금의 용돈을 떠올려라.


소비의 순간에, 무엇을 사기 전.

신용 카드로 계산을 하더라도 돈다발을 머릿속에 떠올려라. 카드로 백만 원을 긁는 것은 매우 쉽지만, 그 돈다발을 손으로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심리학에선 이를 '지출의 고통(Pain of Paying)'이라 부른다. 심리적으로 고통이 커지면, 지출도 덜해진다. 미국 뉴욕대와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실험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내용은 더 흥미로워. 각각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공지한 그룹은, 식당에서 동일한 메뉴판으로 주문을 했음에도 카드결제가 가능하다고 들은 그룹의 지출이 더 컸어. 장을 볼 품목들이 적힌 리스트를 주고 카드 그룹과 현금 그룹의 비용을 추산해 본 실험에서도, 카드 지불 그룹은 현금 구매 그룹 예상 지출액의 145달러보다 높은 175달러였어.




감각을 무디게 하는 모든 걸 경계해라.

무뎌지는 감각은 생각과 목적 없이 지갑을 열게 한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처럼, 소비에 대한 감각을 인지하지 않으면, 사는(Buying)대로 살게(Living)된다. 우리가 산,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마치 우리 자신이라고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것(Buying)'과 '사는 것(Living)'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안에 '자아'가 있는지 없는지가 갈릴 테니까.


'원하는 것(Want)'과 '좋아하는 것(Like)'를 구분하는 지혜도 여기에서 나올 것이다.


'지출의 고통'을 늘려라.

'수입과 절약의 행복'을 늘려라.


현금을 쓰다 보면, 이전보다는 조금 더 그것들이 잘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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