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글쓰기 전의 삶은 단연코 소비적이었다.
소비는 잠시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오른 것 이상으로 기분이 하강하는 부작용이 있다. 물건이나 어떠한 자극이 주는 안정감이나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소비를 일삼으면 사람은 소모된다. 무엇을 갖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사고,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면서 시간을 허비한다.
글쓰기 후의 삶은 이와 반대다.
단연코 생산적이다. 잠시 잠깐의 흥미나 쾌락에 흔들리지 않는다. 소비적이지도, 소모적이지도 않다. 삶은 생산적으로 탈바꿈한다. 소비를 하더라도 생산을 위한 소비를 한다. 말 그대로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그 둘의 차이는 무얼까?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소비적인 삶을 살 때, 나는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 글쓰기를 결심한 초반의 어느 즈음이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자, 카페로 노트북을 들고나갔다. 글이 써졌을까? 아니다. 시간과 커피값만 쓰고 돌아왔다. 영감을 얻으려 한 수많은 노력은 결국 소비적인 것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이젠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냥 쓴다. 쓰면 영감이 생긴다. 또는 책을 읽는다. 생산을 위한 소비. 쓰는 사람은 소재를 소비하지 않는다. 소재를 생산하면서 쓴다. 일상을 그저 그렇게 바라보는 소비적이고 소모적인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주 평범하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도 글이 될 수 있고 그 안에 깨달음과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을 돌아보자.
책 두 장 넘기기는 힘들지만, 짧은 동영상 두 시간 보는 건 너무나도 쉽다.
많은 것을 보지만 기억나는 게 없고.
도파민이 분비되었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소비적이고 소모적인 시대에 우리는 놓여있다.
이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중, 내가 찾은 가장 효율적이고도 적합한 활동이 바로 '글쓰기'다.
영감을 기다리지 말자.
쓰면서 영감을 얻자.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다.
쓰니까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