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해력에 끌린다.

<스테르담 에세이>

by 스테르담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새해 하나의 포인트로 잡은 건 바로 '무해력(無害力)'이다.

점점 복잡해지고 경쟁적인 양상을 보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며 안전한 것들에 끌리는 현상을 뜻한다.


언제부턴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동물들을 하나 둘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마도 랜덤으로 보여준 동영상에 내가 조금 더 머물며 알고리즘에 손짓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입양되어 온 강아지가 적응해 가는 과정, 강아지와 고양이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 심지어 다람쥐나 여우 그리고 곰과 같은 야생 동물과의 교류.


이러한 알고리즘이 다가 온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무해력'이란 단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무해력'이란 단어 그 자체도 잘 만들었지만, 나는 그 설명을 더 좋아한다.

무해력(無害力).
작고 귀엽고 순수해서 해를 주지 않는 것들이 사랑받으며, 그 존재만으로 가지게 되는 힘을 뜻한다. 사방이 공격해 오는 것만 같은 이 살벌한 세상에서 무해력은 많은 이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다. 올해 초까지 국내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드롬을 일으켰던 푸바오가 무해력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겠다.


소름이 돋았다.

무릎을 탁 쳤다.


'사방이 공격해 오는 것만 같은 이 살벌한 세상에서...', '사방이 공격해 오는...', '살벌한 세상...'

몇 번이고 그 문장과 문단을 곱씹었다.


나는 불안했던 것이다.

사방이 나에게 공격해오고 있었음을, 나는 압박과 부담과 무거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고, 가장이고, 직장인이지만 속으론 무서움과 두려움을 내포한 연약하고 가련한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고로, 입양되어 온 강아지가 처음엔 벌벌 떨다가 꼬리를 흔들고, 먹지도 못했던 밥을 맛있게 먹고, 경계하며 거리를 두었던 주인에게 와락 안기는 무해력 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도했고, 위로받았고, 울컥했다. 울컥함은 카타르시스를 양산하고, 이를 통해 나는 사방이 공격해 오는 것만 같은 살벌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는다.

세상은 사방팔방으로 나를 공격해 올 것이다. 살벌함이 득실 할 것이다. 잠시 위로받았다면, 다시 살아내야 한다. 무해력이 위로가 되는 건, 무해하지 않은 세상에 던져졌다는 반증이니까.


유해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지.

문득, 누군가에게 유해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함께 무해한 동물들의 영상을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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