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며 더 부지런해졌다

<골프가 인문학을 만났을 때>

by 스테르담

골프 치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찬 적이 있다.

아니, 그 많은 돈을 버려가며 무슨 짓을 하는 거지?
하루를 다 버리는 거 아니야?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간다고?
그 시간에 글이나 쓰는 게 낫지 않을까?
가족과의 시간은?

게다가, 간혹 공향에서 다른 나라로 원정(?)을 가는 사람들이 본인의 클럽을 수하물에 부치는 것을 보면 참 팔자 좋다...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런데, 골프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나는 더 부지런해졌다.

물론,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기에 한국보다는 사정이 좀 더 나은 편이다. 그린피도 덜 비싸고, 골프장도 비교적 가까이에 있다. 한국이었다면 편도 2시간 정도 걸렸을 테지만, 이곳은 30~40분이면 족하다. 소위 말하는 그늘집에서의 횡포 (예를 들어, 떡볶이가 만원이 넘는...)도 없다.


그럼에도 오전 7시 티오프를 맞추려면, 최소한 아침 5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눈을 뜨려면 고되다. 금요일까지 직장인의 어깨에 쌓인 스트레스와, 무릎까지 내려갈 기세의 다크서클을 끌어올려 일어나는 건 중력을 거스른다는 뜻이며, 중력을 거스른다는 건 지구를 들어 올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 이렇게 골프를 치러 가야만 할까.

자의 반, 타의 반. 직장과 사회생활을 위한 이유가 더 많은 골프라는 운동은 분명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내포한다. 그러나 첫 홀에서 보는 드넓은 잔디와, 힘껏 들어마시는 청량한 공기가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내려놓게 해 준다. 공이 잘 맞든 그렇지 않든.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더 좋고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전 코스를 걸으므로.), 늦잠 자는 것보다는 나오길 잘했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전의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가족과의 시간을 오히려 더 가지려 한다.


평일의 야근과.

주말의 골프를 이해해 주는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골프를 다시 시작하며, 나는 더 부지런해졌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고.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가족에게도 더 신경 쓰려 노력한다.


약 2만 보의 걸음은, 내 건강을 위한 투자라 생각한다.

즐거움은 찾기 나름이다. 골프라는 운동이 타의도 있고, 공이 잘 맞지 않을 땐 기분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광활한 잔디를 마주하는 것과,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니까.


일어나기 너무 힘들어도, 마지막 홀에서 드는 아쉬움은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그래, 부지런히 살아야지. 열심히 그리고 잘 살아야지.


골프를 즐기듯, 삶을 즐기고.

삶을 잘 살듯, 골프도 잘 쳐야지.


이왕 다시 시작한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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