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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많이 찾으면 좋을까

<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by 스테르담

어릴 적, 공포스러운 시험문제가 있었다.

객관식이지만. 어쩌면 주관식보다 더 어려운. 다음 중, 맞는 것 모두를 고르시오. 답이 하나 인지, 두 개인지, 세 개인지를 모르는 공포.


살다 보면 답을 몰라 답답할 때가 있는데.

삶이 주는 문제는 그리 녹록지가 않다. 답이 몇 개인지 모른다는 것. 안다 해도, 답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라는 사실이 부담된다는 것. 실제로 살다 보면 정답이 하나가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고, 오늘의 오답이 내일의 정답이 되기도 한다는 삶의 부조리를 마주하기도 한다.


뭘 어쩌란 말인가.

삶이 주는 문제는 쉽지가 않고, 인생 실전이라는 현상에 빗대어 보면 답을 찾지 못하는 순간은 허망하고 정답과 오답이 교차하는 순간은 꽤나 기괴하다.


문제.

정답.

오답.


정답을 많이 찾으면 좋을까.

오답을 계속 찾으면 나쁠까.


오늘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삶이 주는 문제들 속에서, 나는 답을 찾았는가. 아니면, 답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는가.


그러다 간혹 생각하게 되는 건.

결국 정답이란 없는 게 아닐까.

나만의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맞는 것 모두를 고르시오.

틀린 것 모두를 고르시오.


이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고르는 것으로.

정답과 오답 사이의 방황을 접기로 한다.


맞아도 나.

틀려도 나.

그저 그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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