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에세이
내 첫 기억의 떡볶이는 안양 길거리에서였다.
친척 형을 따라 내린 터미널 옆 어느 한 아주머니의 좌판은 조촐했다. 작은 화로 위 한 세 뼘 정도 되어 보이는 정사각형 냄비에는 떡을 갓 덮은 양념이 보글거리고 있었다. 10살이 채 안된 나는 아마도 그걸 사달라고 졸랐던 것 같고, 아주머니가 내어 주신 떡볶이는 기다란 가래떡 한 줄이었다.
50원.
당시 내가 기억하던 가격. 친척 형이 사준 그 떡볶이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가래떡은 쫄깃했고, 양념은 달짝지근했다. 안양에 있던 친척 형 집에서 내가 무얼 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아직도 나는 그 가래떡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떡볶이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태권도장 앞 작은 포장마차였다.
노란띠를 매고 나선 도장 앞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도복을 입은 참새들이 포장마차 안에 북적이곤 했다.
200~300원 정도 하던 떡볶이와 따뜻한 오뎅국물 한 컵.
떡은 밀이었는데, 야들야들하니 때론 씹기도 전에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적도 있다.
좀 이상한 건 중고등학교 때의 떡볶이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먹지 않았을 리는 없을 텐데, 많이 먹었던 기억은 나는데 그게 어디였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오히려, 대학시절 정문 앞에 있던 국물 가득했던 떡볶이, 그 국물에 김밥을 적셔 먹었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데이트하며 먹었던 명동, 종로 떡볶이.
퇴근하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던 공덕역 떡볶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바리바리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집 앞 떡볶이.
이젠 해외에 주재를 하고 있으니, 집에서 해 먹는 날이 더 많은 떡볶이.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떡볶이에 대한 추억은 하나쯤 있지 않을까.
오늘, 처음 맛본 가래떡 떡볶이가 먹고 싶어 오랜만에 레인지의 불을 켰다.
추억을 충족시킬 만큼, 다행히 맛이 살아있었다.
요즘 마음이 꽤 편하지 않은데.
어찌 보면 떡볶이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어지러운 마음이.
오늘, 떡볶이를 만들게 했을 지도.